당국간 공식채널·경협통로·민간 비공식접촉 전면 단절
북한군 부대, 전진 배치 가능성…국지도발 가능성 제기
"남북, 전면대결 시대 진입…지나친 상황 악화 막아야"


남북관계 최후로 보루로 꼽히던 개성공단이 북한측에 의해 전격 폐쇄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전면적인 대결 국면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10일 북한의 4차 핵실험에 이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한 대응 조치로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발표했고, 북한은 11일 이에 맞서 개성공단 폐쇄와 남측 인원 추방이라는 강수로 대응했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함에 따라 당분간 북한군이 공단을 통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성공단이 사실상 폐쇄 수순을 밟게 됨에 따라 공단 조성 전 주둔했던 북한군 부대의 복귀 등으로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이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해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철수로 대응한 데 대해 북한 측이 남측 인원의 추방과 공단 폐쇄라는 역공을 가하면서 남북관계는 완전한 '빙하기'로 접어들었다.

특히 북한은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에 따른 항의 표시로 남북 당국 간 소통 채널 역할을 하던 군(軍) 통신선과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전면 폐쇄했다.

남북 간 연락채널이 모두 사라지게 된 것이다.

남북관계의 마지막 통로 역할을 하던 개성공단의 폐쇄는 남북 교류·협력의 전면 중단을 의미한다.

정부는 지난달 6일 북한 4차 핵실험 이후 민간 차원의 남북교류 및 대북지원을 잠정 보류했고,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발굴조사와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 등 장기적으로 추진돼 온 사업들도 중단된 바 있다.

남북 간에는 이제 방송과 통신 등 언론 매체나 제3국을 통한 간접 대화 채널밖에 남아 있지 않은 셈이다.

당국 간 공식 채널은 물론 민간 차원의 비공식 접촉과 경협 채널까지 전면 단절된 것은 2000년대 이후 처음이다.

북한은 2013년에도 군 통신선과 판문점 채널을 차단하고 개성공단 내 북측 노동자를 철수시켜 160일간 공단 가동이 중단됐지만, 당시에도 민간 교류와 인도적 대북지원은 명맥을 유지했다.

남북관계가 화해, 불가침, 교류·협력 등에 합의했던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 채택 이전으로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남북 간 공식적인 연락채널 단절로 남북관계가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이은 장거리 미사일 도발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실효적이면서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를 논의하고 있어 남북관계는 상당기간 출구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였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힘들어졌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두 축은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과 '대화와 협력'의 병행이나, 정부는 북한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도발로 인해 대화와 협력은 실종 상태이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의 임기가 종료되기 전까지 남북관계의 복원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북한은 전날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성명을 통해 개성공단 폐쇄 등을 발표하면서 박 대통령에 대해 '대결 악녀', '머저리', '얼간 망둥이' 등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막말로 비난하면서 '강 대 강' 대결을 예고했다.

또 북한이 조평통 성명을 통해 "남조선 괴뢰 패거리는 개성공업지구를 전면중단시킨 대가가 얼마나 혹독하고 뼈아픈 것인가를 몸서리치게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함에 따라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보복으로 국지도발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개성공단을 조성하면서 후방으로 이전했던 4개 보병연대와 1개 포병연대, 탱크대대, 경보병 대대 등을 다시 개성공단 지역으로 전진 배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전략실장은 "남북관계가 전면대결의 시대로 진입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상황이 너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