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SS 연구원 "KN-08 성능 안정화용 비행시험 방지가 우선" 강조
"美·蘇·中·佛 선례 봐도 로켓의 장거리미사일 전용 사례 없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의 진정한 위협은 북한이 위성발사용이라고 주장하는 장거리 로켓이 아니라 아직 비행시험을 하지 않은 KN-08 장거리 미사일에 있는 만큼 이의 비행시험 억지와 예방에 주력해야 한다고 영국의 국제전략연구소(IISS) 선임연구원이 주장했다.

북한과 이란의 미사일·우주프로그램 전문가인 마이클 엘레먼은 10일(현지시간) IISS 웹사이트와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에 올린 글들에서 미국, 옛 소련, 중국, 프랑스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 역사를 들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위성발사 로켓과 장거리 미사일이 주요 기술과 부품, 기능면에서 유사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장거리 미사일은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필요할 뿐 아니라, 궤적과 추진체 성능이 다르기 때문에 장거리 로켓 엔진을 미사일용으로 전용해선 미사일의 성능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잘 인식하지 못하는 양자의 차이로, 장거리 로켓은 최소 수일간의 발사 준비 기간에 각종 부품과 회로를 거듭 점검해야 하고 발사 여부도 날씨 등에 큰 영향을 받지만, 군사용 미사일의 경우 이런 준비절차 없이 어떤 외부 여건에도 발사할 수 있는 확실성이 있어야 실전 배치가 가능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 때문에 소련과 미국은 미사일 엔진을 위성발사용 로켓으로 사용하기는 했어도, 로켓을 미사일로 전용한 일이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중국은 장거리 미사일과 위성발사 로켓을 동시 개발했지만 미사일은 미사일 대로 수년에 걸쳐 별도의 비행시험을 거쳤으며, 개발기간이 단축되는 효과도 없었다.

그는 북한이 장거리 로켓 기술을 장거리 미사일에 전용하려 하겠지만, 미사일로 바꾼 후엔 역시 별도의 비행시험을 거쳐야 할 뿐 아니라, 기존 로켓의 2,3단 발사체의 추진력으론 미국 대륙에 닿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북한이 위성발사용 로켓 시험발사를 통해 관련 기술을 축적해 나간다 하더라도 군사용 장거리 미사일 설계와 개발을 발전시키는 데는 크게 도움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북한이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비상용으로, 은하 3호 로켓을 장거리 미사일의 토대로 사용한다면 중량이 90t 이상이어서 이동식 발사대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지하 격납고식 발사대(silo)를 사용할 수 있으나 땅이 좁아 모든 사일로가 해안으로부터 200km 이내에 위치할 것이기 때문에 이지스함 등으로부터의 선제타격에 취약하게 된다.

북한은 이런 점을 감안, 새로운 설계에 따른 KN-08, 무수단 등의 중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했으나, 이들 미사일은 아직 비행시험을 거치지 않은 것들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제원과 성능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미국, 소련, 중국, 프랑스 등의 1,2세대 장거리미사일 개발 역사를 보면, 미사일의 안정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10여 차례 비행시험이 필요했고, 그중 첫 절반은 성공보다는 실패 사례가 많았다.

북한도 KN-08 등이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전략적 성능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선 수년에 걸쳐 별도의 비행시험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엘레먼 연구원은 말했다.

그는 "북한이 KN-08이나 무수단 미사일, 또는 유사한 장거리 미사일의 비행시험을 하지 않도록 막는 것은 핵물질이나 기술의 이전이나 추가 핵실험을 하는 것을 막는 것에 버금가는 전략적 우선 사항"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해 제재를 가해야 하지만, "평양을 응징하기 위해 가용한 정치적, 외교적, 경제적 수단들이 한정된 점을 감안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전략적 우선순위를 잘 가려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