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문∼정동전망대 2.5km 구간…선원전 터 등 유적 16곳 포함
사물인터넷 등과 융합한 보행로로 관광자원화


국운이 다한 조선 말 고종은 덕수궁을 지나 정동길을 거닐며 국력 회복 방안을 모색했다.

1897년 환구단에서 열린 대한제국 선포식은 그 결과물이었다.

비록 대한제국은 10여 년밖에 존속하지 못했지만, 정동에는 지금도 당시 역사와 고종의 외로운 고뇌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10일 서울시의회 최판술(더불어민주당, 중구1) 의원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러한 흔적을 되살려 국세청 별관 부지부터 덕수궁, 옛 러시아 공사관, 배재학당 등을 지나 정동전망대까지 이어지는 2.5km 코스의 '대한제국의 길(Empire Trail)'을 조성할 계획이다.

1단계 구간에는 국세청 별관 부지 시민광장부터 덕수궁 대한문, 성공회성당, 경운궁 양이재, 영국대사관, 구세군회관, 옛 러시아공사관, 프란치스코회관, 이화학당, 덕수궁 중명전, 옛 신아일보사, 배재학당, 대한제국 사법기관이었던 평리원 터, 정동전망대가 속한다.

시는 덕수궁 인접 도로의 보행로를 정비하는 한편 덕수궁길과 새문안로2길을 연결하고 대한문 주변 등 보행환경도 개선할 계획이다.

2단계 구간에는 덕수궁 돌담길 중 끊긴 190m의 영국대사관 구간과 조선시대에 어진을 모신 궁전이던 창덕궁 선원전 터가 포함된다.

시는 연내 선원전 터 복원사업과 연계해 '고종의 길' 일부를 복원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청 별관 부지 시민광장에는 트레일 형태의 종합안내시설이 설치된다.

지하에 조성될 대한제국 역사전시관과 연계해서다.

탐방로 바닥에는 벽돌과 마킹 등을 활용해 방향을 표시하고, 역사 유산 장소마다 안내문이 붙는다.

사물인터넷과 증강현실 등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안내 시스템도 구축된다.

장기적으로 대한제국의 길은 러시아공사관과 프랑스대사관·손탁호텔 터를 잇는 '외교가', 선원전 터와 아관파천길을 중심으로 하는 '옛 궁안길', 정동교회와 배재학당·독립신문사를 잇는 '신문화의 길', 서학당·양이재 등 '배움의 길' 테마로 구성돼 관광 자원으로도 활용된다.

최 의원은 "덕수궁을 중심으로 다양한 근대 역사문화자산이 집적된 대한제국의 원공간인 정동의 가치가 높아져 서울의 품격도 한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li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