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핵실험 이후 中 대북제재 온도차…한중관계 속살 드러나
한미 사드배치 공식협의 발표…中반발, 한중 갈등 커질 듯

한중관계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대북제재를 둘러싸고 삐걱 삐걱대던 한중관계가 북한의 7일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와 이에 대응한 한미의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관련 공식 협의' 카드로 파열음이 커지는 형국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3년 초 출범 이후 한중관계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한중간의 경제적 밀착에 더해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대북 영향력이 가장 큰 중국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런 이유로 박 대통령은 일각의 '중국 경사론'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9월 미국의 우방 정상 가운데는 유일하게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 천안문에 올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중국 인민해방군의 사열을 지켜보는 이른바 '망루 외교'를 펼쳤다.

이는 당시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특사자격으로 참석한 최룡해 비서가 한쪽 끝으로 밀려난 장면과 대비돼 한중관계와 북중관계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중 모두 그동안 양국관계를 '최상'이라고 평가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화려하게 보였던 한중관계의 속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를 비롯해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국제사회는 북핵의 근본적 해법을 위해 기존과는 확연히 차별화되고 '강력하고 포괄적인' 제재를 추진하고 있지만 중국 측이 제재수위에 분명한 온도차를 보인 것이다.

북한에 대한 추가제재에는 동의하지만 북한 김정은 체제를 위협할 수 있을 정도의 제재수위에는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곧 한중관계의 발전에도 중국입장에서 '지정학적, 전략적 자산'인 북한을 포기할 수 없다는 기조를 새삼 확인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 등을 통해 "어렵고 힘들 때 손을 잡아주는 것이 최상의 파트너"라면서 중국 측의 '건설적 역할'을 거듭 촉구했지만 중국 측으로부터 돌아온 것은 북핵불용과 함께 '한반도 평화와 대화'라는 틀에 박힌 대답이었다.

시 주석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약 한 달만인 지난 5일 외국 정상 가운데는 처음으로 박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해 박 대통령을 배려하고, 한중관계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시 주석은 통화에서 "한반도에는 핵이 있어서도, 전쟁이나 혼란이 일어나서도 안 된다"면서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쳐, 우리 정부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7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자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사드 배치 공식 협상을 공식화했다.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에 대해 그동안 수차례 우려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표시해왔음에도 우리 정부가 '사드 카드'를 빼 든 것이다.

그동안에 중국측의 반응과 태도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결정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북제재에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용'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한미는 이미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한 국가가 자신의 안전을 도모할 때에는 다른 국가의 안전 이익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면서 반발했다.

앞으로 한중관계는 양측이 각각 대북제재와 사드 배치 여부를 주시하며 서로 가늠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의 역할에 상관없이 사드 배치로 결정될 가능성이 작지 않지만 대북제재에서 '중국의 역할'에 따라 우리 정부가 향후 한중관계의 톤을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역시 우리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여부를 보고 한중관계에 대한 재고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한중이 겉으로는 한중관계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할 수도 있지만 내부에서 이미 갈라진 틈까지 메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전략실장은 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최근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전화통화로 북한 핵실험 후 다소 소원했던 한중관계가 다시 회복되려는 시점에 사드와 관련한 결정이 발표돼 한중간에 불신이 다시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