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신년회견 언급후 정부내 논의도 물꼬 틔어
핵실험·미사일에도 제재 미적대는 중국 압박 의지 해석

박근혜 대통령의 '사드(THAAD) 검토' 발언 이후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의 입장이 '3NO'로 상징되는 원칙론에서 "미국의 요청이 오면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한다"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분위기다.

3NO(No Request, No Consultation, No Decision)는 지난해 3월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중국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던 시점에 나온 것으로, '미국의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협의도 없었고 결정된 것도 없다'는 것을 뜻한다.

새누리당 일각에서 사드 배치 논의 공론화 필요성이 제기된 가운데 나온 당시의 이런 입장은 미국 및 중국과의 외교관계 등을 고려할 때 사드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인식을 담고 있었다.

당시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사드 배치 논의는 아기가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학교를 어디로 보낼 것이냐고 얘기하는 것과 같다"며 "현재로서 한국 배치 논의는 이른 감이 있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인 지난 13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 등을 감안해가면서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따라서 검토해나갈 것이다.

오로지 기준은 그것"이라고 언급했다.

그 이후 청와대 및 정부 내에선 '3NO' 원칙을 일부러 내세워 사드의 한반도 배치론을 진화하고자 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실제로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29일 "사드 배치와 관련해 미국측으로부터 요청온 것이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미국으로부터 요청이 오면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한다는 입장"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사드 배치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사드 문제에 대한 청와대의 발언 수준이 이전보다 진전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변화는 북한이 4차 핵실험에 이어 조만간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진전되면서 안보 차원에서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 25일 "군사적으로는 충분히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으며, 국방부도 이날 "주한미군에 사드가 배치된다면 우리 안보와 국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국이 반대하는 사드 문제에 대해 "미국의 요청이 오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것에는 중국에 대한 외교적 메시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핵·미사일 문제에 대해 중국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그로 인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진전되면 그에 맞춰 우리도 안보 차원에서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다.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sol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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