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이완구 1심서 유죄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66·사진)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2부(부장판사 장준현)는 29일 “성완종이 피고인에게 3000만원을 건넸다는 인터뷰 내용과 정황 증거, 관련자 진술이 부합한다”며 이 전 총리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이 전 총리는 2013년 4월4일 오후 5시께 충남 부여 선거사무실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현금 3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건네받은 혐의로 작년 7월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이 지난해 4월9일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경향신문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남긴 인터뷰 내용을 증거로 채택했다. 당시 성 전 회장은 300여억원의 자원개발 융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이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증거는 오로지 법정에서 이뤄져야 하지만, 당사자가 사망한 경우나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진술 또는 작성한 것이 증명된 때에는 관련 자료를 증거로 삼을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적용했다.

성 전 회장 비서진의 진술도 이 전 총리에 대한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진실이 드러나면 위증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서 부담감을 이겨내고 허위 진술할 가능성은 생각하기 어렵다”며 비서진의 진술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또 이 전 총리와 성 전 회장이 2013년 4월4일 제19대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부여에 있는 이 전 총리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사실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의 일정표와 비서진의 카카오톡 대화, 차량 통행기록 등을 종합해보면 당시 성 전 회장이 부여에 머물렀음을 알 수 있다”며 “이 전 총리가 성 전 회장을 만났다고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 전 총리는 재판이 끝난 뒤 “나는 결백하다”며 “항소심에서 다투겠다”고 밝혔다. 이어 20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