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美로부터 협의요청 없었다"면서도 "안보·국방 도움" 모호한 반응
박대통령 신년담화→국방장관 인터뷰→美언론 "내주 발표"로 증폭 양상
"작년 말부터 사드 제작사 요원들 잇단 방한…칠곡·대구 등 거론"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주한미군 배치를 위한 한미 협의가 곧 공식적으로 시작될 것이란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미국 언론이 미국 관리 발언을 인용해 한미간 다음주께 협의를 예단하는 보도를 내보내고, 우리 정부 당국자들도 이런 보도를 극구 부인하지 않고 있어 사드 배치가 급물살을 타는 느낌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사드 한국 배치에 관해 협상 중이라는 사실을 다음 주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막후에선 사드가 타결에 근접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우리 국방부는 29일 미국 정부로부터 협의 요청이 없다면서도 주한미군에 사드가 배치된다면 우리 안보와 국방에 도움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 등 기술적 사항에 대해 실무차원에서 내용을 파악 중"이라며 "주한미군에 사드가 배치된다면 우리 안보와 국방에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간 국방부가 사드 배치 문제는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온 입장에서 한 발짝 진전된 것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대국민 신년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는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한민국 국방장관이 25일 한 방송에 출연해 "군사적으로는 충분히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한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미 간에 사드 배치와 관련해 비공식 또는 공식 협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미국 언론 보도는 보도대로, 국방부 대변인 설명은 설명대로 이해하라"고 알쏭달쏭하게 답변했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사드 제작사인 미국 록히드마틴 관계자들이 잇달아 한국을 방문했다.

이들은 방위사업청 등과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과 관련한 기술 이전 문제를 주로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비공식적으로 사드 배치에 따른 가격과 조건 등에 관해서도 입장을 전달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미측에서 주한미군에 2개 포대의 사드를 배치하고, 배치 후보지도 대구와 경북 칠곡 등의 한 곳을 확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산업계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한국과 미국, 록히드마틴이 사드 배치 문제를 협의 중"이라며 "2개 포대를 배치하고 후보지도 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후보지는 대구와 경북 칠곡, 원주, 기장, 평택 등이 거론돼 왔다.

주하미군사령부는 지난해 사드 배치 후보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사드 2개 포대를 배치하면 비용은 7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주한미군 측에서 자발적으로 사드를 배치하는 형식이라면 비용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우리 정부가 요청하는 방식이라면 비용 분담까지 고려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미가 사드 배치 문제를 실제 협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하면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 만많치 않을 전망이다.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지난 26일 사설에서 "한국의 사드 배치는 중국의 안전이익을 위험에 빠트릴 것"이라며 "한국은 이 때문에 발생하는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만 할 것"이라며 노골적인 압박을 가했다.

정지융(鄭繼永) 상하이 푸단(復丹)대 조선·한국연구소 소장도 28일 인민일보 해외판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매체 '협객도'(俠客島)와의 인터뷰에서 "사드는 중국, 미국, 러시아 3개 대국의 안보 체계에 매우 큰 충격을 가할 수 있다"며 "심지어 이는 핵 문제 자체를 훨씬 뛰어넘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내 이런 기류를 감안할 때 사드 배치 문제가 공식화되면 동북아 안보환경이 복잡한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대북 제재방안을 놓고 중국이 한미일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사드까지 터지면 한중 및 한미일과 중국간 대북 제재 공조 국면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사드 문제의 공론화로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엇박자'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국내 안보 전문가들은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해 과민한 반응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사드의 요격 고도는 150㎞에 불과해 주한미군에 배치되어도 고도 1천㎞ 이상을 비행하는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요격할 수 없다"면서 "사드의 X-밴드 레이더의 정상적인 운용 범위도 600여㎞이고 탐지용으로 즉각 전환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