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건물 짓고 상시 가림막 설치…발사대 아래 연료 주입장치 자동화
연료 주입시간 1시간내로 단축…감시망 따돌리고 기습발사 여건 모두 갖춰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로켓) 발사장인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은 한미 군 당국의 감시를 따돌리는 방향으로 조금씩 진화해왔다.

북한이 지난 6일 감행한 4차 핵실험처럼 한미 군 당국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기습적으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작년 7∼8월 무렵 동창리 발사장 동쪽에 3단 로켓 추진체를 조립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조립건물을 신축했다.

조립건물 바로 앞에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대까지 이송하는 데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이동식 구조물이 세워졌다.

1·2단 추진체를 실어 운반하는 이동식 구조물에 로켓 추진체를 고정하는 데는 크레인이 사용된다.

조립건물과 발사대 사이에는 2가닥의 레일이 직선으로 깔렸고 이동식 구조물은 이 레일 위에 설치돼 있다.

북한이 조립건물에서 장거리 미사일 1·2단 추진체를 조립하고 이동식 구조물에 넣어 레일을 통해 발사대로 옮길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2012년 12월 은하-3호 장거리 로켓 발사 때만 해도 북한은 평양 산음동 미사일 공장에서 1∼3단으로 분리된 미사일 동체를 특수제작한 화물열차에 실어 동창리 발사장으로 수송했다.

당시 한미 군 당국은 화물열차의 이동을 포착하고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예상할 수 있었다.

군 정보당국 관계자가 작년 9월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최소 1주일 앞두고 예측 가능하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동창리 발사장에 대형 조립건물을 지은 북한은 이곳에서 미사일 동체를 조립하고 이동식 구조물에 숨긴 채 레일로 옮겨 바로 발사대에 세울 수 있게 됐다.

조립건물 내부에는 이동식 크레인이 설치되어 있고, 출입문도 항공기 격납고와 같은 미닫이문으로 제작한 것으로 관측됐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대에 가림막을 상시로 설치한 것도 한미 군 당국의 감시를 따돌리기 위한 장치로 볼 수 있다.

과거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기 직전에 가림막을 설치했다.

이 때문에 가림막 설치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예고하는 중요한 징표로 간주됐다.

동창리 발사장의 진화를 이룬 북한은 하루 8시간 정도 한반도를 감시하는 미국 첩보위성의 감시망을 피해 장거리 미사일의 설치와 발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독성이 강한 로켓 추진체 액체 연료를 주입하는 시설도 발사대 아래에 자동화되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에는 발사장 외부에 보이는 연료통을 보고 발사가 임박했다는 징후를 파악할 수 있었다.

발사장까지 깔린 철도를 이용해 액체연료를 실은 화물 열차를 대고 지하로 연결된 파이프를 통해 저장시설에 연료를 옮겨 넣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동창리 발사장에 있는 발사대 남쪽에 2개의 대형 건물을 신축했는데 로켓 연료와 산화제를 저장하는 시설로 추정된다.

저장시설과 발사대 아래의 자동화된 연료 주입장치를 지하 파이프로 연결해 주입 시간도 1시간 이내로 단축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는 이들 건물의 신축으로 북한 장거리 미사일 추진제 저장 능력이 커질뿐 아니라 로켓 엔진 추력도 강화될 것으로 관측했다.

북한이 최근 4차 핵실험처럼 한미 군 당국의 예상을 깨고 장거리 미사일을 기습적으로 발사할 경우 전 세계의 시선을 끄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군 당국이 '기습발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긴장하는 것도 북한의 이런 전술을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