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자금 자본화 노린듯…"경제운용권 분권화와 관련"

북한에 지방은행이 등장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이 관련 보도를 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12월 중순부터다.

노동신문은 작년 12월 14일, 전날 열린 제3차 전국재정은행 일꾼대회 소식을 다루면서 "함경북도은행 총재 리광호가 토론자로 나섰다"고 밝혔다.

북한의 지방에는 국영인 조선중앙은행 지점들이 설치돼 있으며 보통 '중앙은행 ○○도은행'이나 '중앙은행 ○○지점'으로 불린다.

실제로 노동신문이 전한 전국재정은행 일꾼대회 토론자 중에는 '중앙은행 함경남도 정평지점 과장' '중앙은행 평양시 대성지점 지배인' 등 중앙은행 지점 간부들이 포함돼 있었다.

따라서 기사에 인용된 '함경북도은행'은 중앙은행 지점이 아니라 새로운 지방은행 조직으로 추정된다.

특히 '함경북도은행 총재'라는 직함은 상당한 독립성을 인정받는 자리임을 시사해 주목된다.

최근 우리 정부도 북한에 새로운 지방은행이 설립된 사실을 파악하고 배경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8일 "북한이 각 지방에 경제개발구를 설치하고 경제운용권을 분권화하면서 지방은행을 세운 것 같다"며 "시장 확산에 맞춰 지방의 개발재원을 확충할 목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시장이 급속히 활성화하면서 장사로 큰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자 이들의 잉여자금을 은행으로 끌어들여 개발자본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것이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들어 중앙정부의 경제적 권한을 지방과 생산 주체 등에 넘기는 방식으로 분권화를 추진해 왔다.

이와 관련 북한은 2013년 5월 '경제개발구법'도 제정, 지금까지 모두 26곳의 경제특구를 지정했으나 개발재원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정황들로 미뤄 신설된 북한의 지방은행은 이자를 내세워 개인 상공인들의 저축을 끌어들이는 상업은행 방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개혁·개방 초기의 중국도 이와 유사한 금융개혁 조치를 했다.

1978년까지는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만 있었으나 이듬해 2월 중국농업은행이 생겼고, 3월에는 중국은행이 중국인민은행에서 분리됐다.

그러다가 1980년 12월 중국투자은행을 시작으로 1981년 말까지 수백 개의 투자신탁회사가 생겨 해외자금을 유치했다.

김석진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중국의 경우 시장개혁과 금융개혁을 동시에 진행해 안정적인 경제개발 기반을 닦을 수 있었다"면서 "북한에서도 시장화로 조성된 여유자금을 상업은행으로 끌어모으면 자본화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북한의 이런 조치가 가시적인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한 북한 전문가는 "과거 화폐개혁으로 돈이 휴지조각처럼 되는 것을 경함한 북한 주민들이 국가가 세운 은행에 선뜻 돈을 맡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