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 장관의 회담이 별 성과 없이 끝났다는 소식이다. 대북제재를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견해차가 컸다고 한다. 케리 장관은 “북한으로부터 동맹을 보호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강력한 제재를 요구했지만, 왕 장관은 “북핵은 대화로 해결해야 하며 제재가 목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중국 측의 완고한 태도는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중국의 대북관에 변화가 없다는 사실도 확실해졌다. 어떻든 대북 제재 공조는 자칫 겉돌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중국은 돌연 한국 정부를 비난의 도마에 올렸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어제 사설에서 “대북 제재에 관한 문제에서 한국이 너무 제멋대로여서는 안 된다”며 한국을 압박했다. 미국의 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배치로 중국을 핍박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잊지 않았다. 심지어 “한국정부가 정말로 (사드 배치를) 한다면 한·중 간 신뢰가 엄중한 손상을 입게 될 것이고, (한국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조차 서슴지 않았다.

대북 제재를 위해서는 중국의 태도 변화가 필수적이다. 석탄에서 시작된 북한의 대중(對中) 수출은 북한 노동력의 송출과 관광 등 비(非)상품 거래에까지 다양하게 펼쳐져 있다. 중국이 석탄 수입과 외화벌이 근로자 파견을 제한한다면, 또 석유수출을 규제하는 것으로도 북한의 행동은 교정될 수 있지만 바로 이 부분에서 중국은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대중 우호 친선을 강화하는 데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또 북한 핵과 한반도 통일 문제에서 중국과 견해 차이를 상당히 좁혔다고 자신해 왔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5자회담을 즉각 거부한다거나, 대북 경제제재에 미온적이며,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강한 반대를 전면에 내세우는 상황이라면 한·중 관계는 급속히 냉각될 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의 중국 경사 외교는 실패로 치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