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의 추억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박 대통령이 이란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문 시기는 오는 4~5월이 유력하다.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은 지난해 7월 이란 핵협상 타결로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추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성사되면 한국 대통령의 첫 이란 방문이 된다. 박 대통령은 최근 업무보고에서 “이란, 미얀마, 쿠바 등이 유망한 신시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은 국제사회의 이란 진출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 차원의 세일즈 외교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이란 제재가 해제되면서 이란발 중동 특수를 잡기 위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 이란을 방문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이란 방문을 추진 중이다.

박 대통령은 이란 방문 시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하고 한국 기업의 이란 진출 지원 등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 방안을 집중 협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가 상징하듯 한국과 이란의 관계는 끈끈했다.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 이후에도 이란과 연간 100억달러 수준의 교류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정부는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란과의 협력관계는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강남역에서 삼성역에 이르는 길이 3.7㎞의 테헤란로는 중동특수가 한창 일 때인 1977년 원래 ‘삼릉로’에서 바뀐 이름이다. 오일쇼크 때 중동에서 유일하게 이란이 한국에 석유를 공급해준 데 대한 감사 표시와 함께 중동 건설특수를 끌어들이고 이란과의 우호를 증진한다는 외교적인 의미로 이란 수도 테헤란의 명칭을 따 명명한 것이다. 테헤란에도 약 3㎞의 ‘서울스트리트’가 있다. 박정희 정부 시절 이란의 최고실세였던 팔레비 왕은 새마을운동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면서 박 전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초청하기도 했지만 1979년 이란 혁명과 박 전 대통령의 서거로 성사되지 못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