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창당을 준비중인  국민의당(가창)-국민회의(가칭)가 통합을 합의했다.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관련 기자회견에서 양당 관계자들이 취재진 질문을 들은 뒤 생각에 잠겨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 국민회의 천정배 의원, 국민의당 김한길 상임부위원장.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창당을 준비중인 국민의당(가창)-국민회의(가칭)가 통합을 합의했다.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관련 기자회견에서 양당 관계자들이 취재진 질문을 들은 뒤 생각에 잠겨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 국민회의 천정배 의원, 국민의당 김한길 상임부위원장.
安-千 통합합의…박주선 등 호남 신당파 규합으로 주도권회복 모색
文-沈, 범야권 전략협의체로 맞불…'호남 경쟁·비호남 연대' 고개


4·13 총선을 앞두고 신당 창당 움직임이 여러 갈래로 진행되면서 어지럽기만 하던 야권의 지형이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가칭) 양대 세력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국민의당은 25일 천정배 의원 중심의 국민회의(가칭)와 통합에 전격 합의함으로써 호남 신당파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주도권 회복에 나섰다.

반면 더민주 문재인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별도로 회동해 총선 후보단일화 등을 위한 범야권 전략협의체 구성에 합의하는 등 반격을 가했다.

◇安-千 '중(中)통합' 직행…박주선·정동영 합류 가능성 = 이날 국민의당과 국민회의의 통합 합의는 안 의원이 호남권 정치세력을 포섭함으로써 호남 주도권을 다시 쥘 전기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지지율 하락으로 창당작업에 비상등이 켜진 안 의원과, 독자신당의 주목도가 낮은 천 의원이 위기돌파를 위해 통합 카드를 전격 빼든 것이다.

현재 호남권 신당파는 천 의원의 국민회의 외에 박주선 의원의 통합신당,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신민당, 김민석 전 의원의 민주당이 있으며, 정계복귀 초읽기에 들어간 정동영 전 의원까지 포함하면 크게 5개 세력이다.

당초 5개 세력 간 '소(小)통합' 과정을 거쳐 안 의원과 결합하는 '중(中)통합' 경로가 거론됐지만 천 의원의 안 의원 결합에 따라 소통합 없이 곧바로 중통합으로 이어질 공산이 커졌다.

국민의당과 국민회의는 이날부터 실무협상단을 꾸려 다음달 2일 국민의당 중앙당 창당대회 때 통합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이며 다른 신당세력의 합류도 본격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당 김한길 의원은 전날 박주선 의원을 만나 통합 선언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박 의원도 참여할 것으로 보이며 그동안 야권 통합 촉매 역할을 자임해온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신그룹인 동교동계와 구(舊) 민주계 역시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박준영 전 전남지사와 김민석 전 의원의 합류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차근차근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해 단계별 통합론을 피력했다.

정 전 의원도 국민의당 합류 가능성이 작지 않다.

천 의원은 주변에 "정 전 의원에게 삼고초려했지만 확답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먼저 안 의원과 통합한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권노갑 정대철 전 상임고문, 박지원 전 원내대표, 정동영 전 의원, 박준영 전 지사, 김민석 전 의원이 27일 오찬 회동을 하고 모든 신당추진 세력의 합류 필요성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대표론' 급부상…千도 공동대표 등 중책 = 이들 세력은 공히 더민주 문 대표의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를 강하게 성토하며 당을 떠난 인사라는 점에서 '반문(반문재인)·호남 연대'의 성격을 띠고 있다.

요동치는 호남 민심이 안 의원으로 쏠리면 호남권 의원의 추가 탈당이 나오면서 국민의당 당면 현안인 교섭단체 구성에도 청신호가 켜질 수 있다.

탈당설이 나돌던 더민주 이윤석 의원은 "좀더 두고보자"고 민심의 흐름을 살피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 한상진 창준위원장은 "당의 CEO(최고경영자)는 결정권한에 맞는 책임을 응당히 져야 한다"며 사실상 안철수 대표론을 주장했다.

그동안 '사당화(私黨化)' 논란을 우려해 안 의원이 한 발 물러서 있었으나 당 지지율이 떨어지자 결국 안 의원이 전면에 나서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이 부상한 것이다.

문병호 의원은 "안 의원이 이 당을 사실상 이끌고 있고 국민도 안 의원을 보고 지지하고 있어 '안철수 마케팅'이 필요하다"며 "주도권 다툼이 아니라 선거 전략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합당을 선언한 천 의원의 경우 공동대표로 거론되기도 하지만 다른 중책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천 의원이 혁신의 뜻을 세웠는데 그런 뜻을 실천할 정도의 자리는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천 의원이 문제제기해온 국민의당에 합류한 호남 현역의원 물갈이, 양측간 정체성 조화 문제는 향후 풀어야할 숙제다.

◇더민주, 정의당과의 전략협의체로 '맞불' = 더민주는 국민의당과 국민회의의 전격 통합에 당혹스러워하며 호남 민심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는 국민회의를 포함한 신당 세력들이 자신의 원칙을 훼손하면서 이합집산에 나섰다고 비판하면서 더민주의 상승세에 큰 타격은 주지 못할 것이라고 애써 무시했다.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다.

통합이 됐다고 해서 바로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우려할 것까지는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대신 문 대표와 심 대표는 '범야권 전략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심 대표가 지난 20일 후보연대, 정책연대를 넘어선 정권교체 연합 논의의 개시를 범야권에 제시한 데 대해 문 대표가 공식적으로 화답한 것이다.

안 의원과 천 의원의 통합 합의 발표에 대한 맞불놓기로도 해석된다.

그러면서도 더민주와 국민의당 간 대통합이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인 만큼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총선승리를 막기 위해서는 야권연대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어차피 2월말이면 야권 신당파 간 이합집산이 이뤄지면서 한두 개로 뭉칠 것이라고 예측됐다"며 "호남에서는 경쟁하는 한이 있더라도 비호남에서는 야권연대를 통해 여야 1대 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조성흠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