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2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제안한 5자회담을 두고 ‘한국과 미국 대 중국’ 대립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23일 성명을 내고 “미국은 박 대통령의 5자회담 요청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북한을 포함한 6자회담 재개를 고수하며 박 대통령의 ‘5자회담 추진론’을 거부하자 공개적으로 한국 편을 들고 나선 것이다.

미 대사관 측은 성명에서 “다른 당사국들과의 공조가 신뢰할 수 있고 진정성 있는 비핵화 협상을 이끌어내는 데 유용한 움직임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6자회담 당사국 중 북한을 제외한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5자 간 대북 압박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미국이 5자 간 공조에 비협조적이던 중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으로 불거지자 청와대는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는 대변인 서면 브리핑에서 “6자회담 틀 내 5자 공조 강화를 통해 최대한 대북 압박을 강화하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 대통령이 6자회담의 실효성 문제를 제기한 것이 ‘무용론’으로 비치는 것을 막고 한·중관계 균열론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라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5자회담을 언급한 배경에 그동안 공들인 중국 외교에 대한 실망이 작용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며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 변화 없이 6자회담이 실현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창의적 방법을 제시한 것이지 중국이 의장국인 6자회담을 대체하자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으로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UN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와 양자 차원의 대북 추가 제재 과정에서 중국의 공조를 이끌어내기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고 전망하고 있다. 서맨사 파워 UN 주재 미국대사는 23일(현지시간) 미국이 추진 중인 제재안과 관련해 “아직 중국과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24일 오후 전화통화에서 중국을 설득할 방법에 대해 협의했다. 이번 통화는 27일 케리 장관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한·미는 박 대통령이 언급한 창의적 해법도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