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언급배경 주목…'창의적 대안+대북제재 中압박' 해석
中 "6자 조속재개" 반발, 美 "한국지지"…'한미 대 중' 신경전
'北추가제재 난기류·한중관계악화'우려…27일 케리 방중 주목


북핵 해법과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6자회담 틀 내 5자회담 언급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박 대통령의 '해법 제시'에 중국이 6자회담 조속개최를 강조하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히고, 미국이 박 대통령의 언급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면서 지난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외교전이 보다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 측의 반박에도 우리 정부는 박 대통령의 '5자회담' 추진을 위해 적극 나설 것으로 보여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관련한 대북 추가제재와 향후 북핵 해법 '새판짜기'와 관련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 朴대통령 '창의적 접근법' 새판짜기인가 …中반응 예상못했나
박 대통령은 22일 외교안보부처의 신년 업무보고에서 "6자회담만이 아니라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시도하는 등 다양하고 창의적 접근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8년간 공전 중인 6자회담의 실효성을 제기하면서 나온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에 청와대는 "6자회담 틀 내 5자 공조 강화를 통해 최대한 대북 압박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면서 6자회담 틀 내에서의 접근법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6자회담의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며 5자회담 시도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북한 핵문제의 성격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잇따라 언급했고, 차별화된 대응을 위한 박 대통령의 '충격 요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의 언급 이전에도 정부는 한미중 3자협의를 비롯해 북한을 제외한 5자 간 협의를 지속적으로 추구해왔지만 북한을 의식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해왔다.

이런 상황을 충분히 보고받았을 박 대통령이 '직접, 공개적으로' 5자회담을 언급했다는 측면에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정부 소식통은 "한미중 등 소다자 협의와 5자회담 추진은 우리의 '롱스탠딩'(오래동안 견지한) 입장이었다"면서 "박 대통령이 그것(5자회담)을 강조한 것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우선 박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6자회담이 장기 공전하는 상황에서 '창의적 접근 방법'의 일환으로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일치되고 강력한 압박에 이란 핵협상이 타결됐듯이 중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여 '한미일중러 대 북한' 구도를 만들어 북한을 몰아세우는 방식의 새로운 접근을 시도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의 반대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는 '중국의 역할'을 촉구하는 또 다른 방식의 '대중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한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결의가 논의 중인 가운데 한미일을 중심으로 국제사회는 '강력하고 포괄적 제재'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추가제재에는 기본적으로 동의하면서 제재수위에서 분명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한미일중러 대 북한'이라는 구도를 요구함으로써 중국과 러시아측에 대북 추가제재 과정에서 적극 협력하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주한 미국 대사관이 박 대통령의 언급과 중국 측의 사실상 반대 입장 표명 하루 뒤인 23일 이례적으로 연합뉴스에 성명을 보내 "미국은 박 대통령의 5자회담 요청을 지지한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전날 내외신 브리핑에서 "5자회담을 가동하기 위한 좋은 시점으로 보고 있다"고 밝혀, 정부는 중국의 반대에도 5자회담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또 5자회담이 성사되기 전이라도 중국 측이 기존부터 응하지 않고 있는 한미중 형태의 3자 협의도 지속적으로 요구할 예정이다.

5자회담은 북핵 논의를 위한 틀이라는 측면에서 지금 진행되고 있는 대북 추가제재 이후에도 한미일 대 중국간 이 문제를 둘러싼 신경전이 계속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 대북 추가제재·한중관계 난기류 조성되나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고 밝혀, 박 대통령의 5자회담 언급을 사실상 반박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을 여전히 '전략적 자산'으로 여기는 중국의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 대목으로 풀이되며, 특히 중국은 북핵 대응과정에서 한미일 공조가 더욱 공고화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자회담을 둘러싸고 한미와 중국간 신경전 양상이 벌어지면서 대북 추가제재와 관련한 공조에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안보리 제재 결의에서 중러가 제재수위에 온도차를 보이는 가운데 새로운 신경전이 중러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북 추가제재를 둘러싼 미묘한 온도차 때문에 현 정부가 공들여온 한중관계가 중대 갈림길에 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5자회담을 둘러싼 신경전은 한중관계 측면에서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이 5자회담을 거부하기 위해서라도 대북 추가제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북핵 대응을 둘러싼 공조와 온도차가 중첩되는 가운데 오는 27일 존 케리 미 국무부장관의 중국 방문이 주시된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