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의원(왼쪽)이 지난 21일 국민회의 창당준비위원회 운영회의에서 야권 통합과 관련한 3원칙을 밝히고 있다. 박지원 의원(오른쪽)이 22일 더불어민주당 탈당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천정배 의원(왼쪽)이 지난 21일 국민회의 창당준비위원회 운영회의에서 야권 통합과 관련한 3원칙을 밝히고 있다. 박지원 의원(오른쪽)이 22일 더불어민주당 탈당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목포)이 22일 탈당했다. 그는 탈당 기자회견을 하며 “야권 통합”이란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잠시 당을 떠난다”는 표현도 했다. 여러 갈래로 쪼개져 있는 야권이 4월13일 총선과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합집산을 반복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박 의원은 “분열된 야권을 통합하고 우리 모두 승리하기 위해 잠시 당을 떠난다”며 “야권 통합에 의한 총선 승리,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기 위해 혈혈단신 절해고도(絶海孤島·뭍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바다 가운데의 외로운 섬)에 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박준영 전 전남지사, 천정배 박주선 의원, 김민석 전 의원 네 분을 만나 당신들이라도 통합하라고 부단히 노력했는데 약간의 희망이 보인다”며 “여기에 정동영 전 의원도 합류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천정배 전화받는 김한길 > 김한길 국민의당 상임부위원장이 22일 서울 마포 당사에서 열린 창당준비위원회 기획조정회의 도중 국민회의 창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의원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 천정배 전화받는 김한길 > 김한길 국민의당 상임부위원장이 22일 서울 마포 당사에서 열린 창당준비위원회 기획조정회의 도중 국민회의 창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의원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천 의원(광주 서을)과 박주선 의원(광주 동)은 각각 국민회의와 통합신당 창당을 추진 중이다. 박 전 지사는 신민당 창당을 추진 중이며, 김 전 의원은 원외 정당인 민주당 의장이다. 모두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당이다. 정 전 의원은 전북의 대표 정치인이다.

박지원 의원은 “이 세력이 합쳐지면 그 다음 중통합으로 뻗어 나갈 것”이라며 “최소한 총선 전에 중통합까지 이뤄져야 어느 정도의 (성공) 가능성이 있고 총선 후 그 결과를 갖고 정권교체를 위해 대통합을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순서로 여러 사람과 상의해서 진행되고 있고 어제부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했다.

현재 야권은 크게 더민주와 안철수 의원이 중심이 된 국민의당 두 세력으로 나눠져 있다. 박지원 의원과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천 의원 등이 연대하면 더민주와 국민의당 사이에서 야권 재편의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다. 호남 연대 세력이 이번 총선 혹은 내년 대선 전까지 ‘몸값 높이기’를 시도하다가 더민주와 국민의당 중 한쪽과 합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더민주는 야권 통합에 긍정적이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의당과도 크게 통합 또는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박지원 의원의 탈당도 끝까지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민의당은 선거 승리를 목적으로 한 야권 통합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박지원 의원은 저축은행 두 곳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2심에서 유죄를 받고 대법원 재판을 치르는 중이다. 안 의원은 “기소만 돼도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에 박지원 의원이 국민의당에 합류할 가능성은 낮다. 다만 국민의당은 천 의원의 국민회의 등과 합치는 것에는 긍정적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상황이 2012년 19대 총선 때와 비슷하다는 말이 나온다. 당시 민주통합당(현 더민주)은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하고, 통진당이 원하는 지역구에는 후보를 내지 않는 식으로 통진당을 지원했다. 하지만 야권연대는 140석(민주통합당 127석, 통진당 13석)을 얻는 데 그쳐 새누리당(152석)에 과반 의석을 내줬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