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헤커 박사, 핵경쟁 촉발 및 외세 개입 우려 등으로 실용적 노선 전환 지적

이란이 지난 30여년간 추구해온 핵개발을 결국 중단키로한 것은 핵의 선택이 혜택보다는 더 큰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는 판단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미국의 저명한 핵과학자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평가했다.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선임연구원으로 북한 핵문제 권위자인 헤커 박사는 최근 연구센터 온라인 칼럼을 통해 이란은 하산 로하니 대통령 취임 이후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하메네이의 지지 아래 이같은 실용적 노선으로 전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헤커 박사는 반면 북한은 여전히 핵무기가 자국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는 정반대의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헤커 박사는 최근 서방과의 핵합의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한층 어려워지고 요원해졌다면서 로하니 대통령 등 이란 지도부가 국제사회의 제재 등 핵개발에 따른 대가 대신 핵 개발 중단에 다른 혜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헤커 박사는 이란이 지난 2008년부터 핵무기 1개를 만들기에 충분한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했으나 2013년 로하니 대통령 취임 이후 태도가 바뀌었다면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이 자신과의 만남에서 농축우라늄 재고 감축과 원심분리기 프로그램의 제한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자리프 장관은 2013년 뉴욕 회동에서 이란의 핵개발이 오히려 이란의 안보를 저해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고 헤커 박사는 전했다.

이란은 경제와 천연자원, 재래식 군사력을 바탕으로 지역 강국으로 평가받고 있는 상황에서 전략능력(핵)을 추구할 경우 외부 세력의 개입을 초래할 것이며 이란이 그 타깃이 될 것이라는 자체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또 그들이 핵무기 개발에 성공할 경우 사우디 같은 인접국들이 핵프로그램을 비밀리에 추진할 수 있고, 아울러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2003년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한만큼 굳이 핵무기 없이도 지역에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핵개발이 가져올 혜택보다 그에 따른 대가가 훨씬 크다는 점을 깨달았다는 분석이다.

결국 2013년 로하니 대통령 취임 이후 전략을 변경. 제재 해제와 국제사회에서 지위 회복을 조건으로 핵프로그램을 축소, 중단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헤커 박사는 분석했다.

핵개발이 오히려 자국의 안보를 해칠 것이라는 자리프 장관의 발언은 약소국들은 강대국들에 의한 주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핵무기를 가져야한다는 현재의 지배적인 논리와 상충하는 것이라고 헤커 박사는 지적했다.

헤커 박사는 자신이 과거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북한 관리들은 역사적인 교훈을 거론하며 미국을 배제하기 위해 자체적인 핵억지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북한측은 세르비아의 밀로셰비치, 리비아의 카다피,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등을 예로 들며 만약 이들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었다면 미국의 뜻대로 '정권 교체'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주장한 것으로 헤커 박사는 전했다.

그러나 이란은 이같은 논리와는 반대로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거나 일단 뒤로 제쳐두는 전략을 선택했다며 미국이나 이스라엘을 배제하기 위해 오히려 반대의 코스를 선택했다고 헤커 박사는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제재 해제로 이란이 국제사회에 복귀할 경우 영향력 증대와 함께 지역 정세가 더욱 불안해질 것이라는 것과 그 반대의 전망이 혼재하고 있지만 어떤 전망이든 핵무기가 연루된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헤커 박사는 이제 미국은 장기적으로 이란의 핵개발 동인을 감소시키는데 주력해야할 것이라면서 원전 및 연구분야의 발전을 허용함으로써 핵합의를 어길 경우의 대가를 가중시켜나가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yj3789@yna.co, yj3789@yna.co, yj378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