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4곳서 재격돌 예상…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

"밤기차 타고 익산역에 내린 기분 아십니까…어휴, 얼마나 막막하고 창피했던지,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그 기분 말입니다."

전북 익산에서 내리 3번 당선되고 4번째 금배지를 다는가 싶었지만, 그는 지난 선거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익산(이리)역은 익산 사람들에겐 '잊고픈 슬픔'이 서려 있는 곳이다.

1977년 11월11일 발생한 이리역 폭발사고 때문이다.

당시 한국화약㈜의 다이너마이트와 전기 뇌관 등 40t의 고성능 폭발물을 실은 화물열차가 이리역에 정차해 있던 중에 폭발, 역무원과 시민 등 59명이 사망(부상 1천343명)하고 반경 8㎞ 내의 학교와 주택의 건물이 파손되는 등의 막대한 피해를 낸 사고다.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었다던 그, 조배숙(60) 전 국회의원은 익산역 앞에 섰을 때, 그때의 슬픔을 잊지 않고 4년간 칼을 갈았다고 했다.

익산의 총 선거구는 2곳(갑·을)인데, 우연한 일치처럼 그런 상황은 옆 선거구도 엇비슷했다.

한병도(49) 전 국회의원이 당내 경선에서 패한 것이다.

한 전 의원은 두 번째 도전에서는 승리를 장담했다.

이처럼 4·13 총선에서 전북은 현재 총 11개의 선거구 중 최대 4군데서 전·현직 국회의원이 다시 맞붙는 '리턴 매치'를 할 예정이다.

여성운동가 출신으로 혜성같이 나타나 저력의 조 전 의원을 거꾸러뜨린 전정희(56) 국회의원은 4년간 민심을 사로잡으며 방패를 다듬은 만큼 조 전 의원의 재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3선에 도전하는 이춘석(53) 의원 역시 한 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다시 맞붙는다.

남원·순창의 강동원(63) 의원은 제14∼17대까지 내리 4선을 지낸 관록의 장영달(68) 전 의원을 상대해야 한다.

아직 출마 여부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정동영(63) 전 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전주 덕진구에 나오면 초선의 김성주(52) 의원은 '다윗과 골리앗'의 버거운 전장터에 서게 된다.

한 개의 통나무로 놓은 다리, 그 외나무다리에서 그들은 다시 만났다.

그러나 피할 수 없다.

양끝에서 질주해 부딪힌다.

종래에 한 사람은 깊은 강물로 떨어지고야 마는, 운명의 외나무다리에서 선 그들의 재결투는 대부분이 예비후보 등록을 하면서 이미 시작됐다.

누가 자신의 돈으로 직접 차표를 사지 않고 익산역에서 국회의사당으로 가는 KTX를 탈지 궁금하다.

(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ic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