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위트 "북핵, 미중관계에서 남중국해보다 중요"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는 21일(현지시간) 북한의 '수소탄 핵실험' 발표와 관련, 이란에 대해 취했던 조치만큼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이날 워싱턴D.C. 조지워싱턴 대학에서 열린 북핵문제 토론회에서 "북핵문제가 그동안 계속 악화돼 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1994년 제1차 북핵 위기 당시 북한과 핵 협상 끝에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냈던 갈루치 전 특사는 "지금 우리가 북한에 할 수 있는 것은 강력한 제재"라면서 "지금의 대북 제재는 대(對)이란 제재만큼 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란에 대한 서방의 강력한 제재가 결국 첫 번째 '협상', 두 번째 '합의'라는 이란의 셈법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그러나 '중국 변수'를 거론, "제재를 한다고 해서 북한이 무릎을 꿇거나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는 말라"면서 "중국이 우리와 (전략적으로)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지만, 결코 똑같은 수준은 아니다.

중국은 자칫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에 북한이 무너질 정도로 심하게 상처받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미국 등 서방이 대북 제재를 아무리 강화하더라도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 없이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또 북한 전문웹사이트 '38노스'를 운영하는 조엘 위트 미 존스홉킨스대학 연구원은 "우리가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북핵을 더 심각하고 중요하게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라면서 "북핵 문제는 (영유권 분쟁에 휩싸인) 남중국해, 그리고 다른 어떤 이슈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핵실험이 없을 때는 북핵 문제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지만 이번에 다시 핵실험을 한 만큼 비중 있게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내심 '시간이 흘러 몇 달이 지나면 미국이 더 이상 괴롭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북핵문제 우선시) 하면 우리가 실질적으로 이 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중국에 보여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갈수록 커지는 북핵 위기에도 미국의 대북정책이 좀체 바뀌지 않는 이유와 관련해선 갈루치 전 특사는 "미 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에 그다지 열의가 없다.

(이란과 북한) 두 사안을 동시에 다루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말했고, 위트 연구원은 미 정부의 미온적 태도를 지적하면서 "사실 북한과 대화를 해서 손해 볼 게 뭐가 있느냐. (협상이) 잘 안 되면 그냥 협상장을 나오면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