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성화법 통과를 촉구하는 여론의 압박이 더불어민주당의 태도를 바꿨다. 더민주가 21일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기업활력 제고 특별법(원샷법)을 수용하기로 한 것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단체가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1000만 서명운동’에 나서는 등 경제활성화법에 대한 여론 동향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정치권에선 보고 있다. 경제활성화법에 계속 반대만 하다가는 4·13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야당심판론’에 걸려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계는 환영 의사를 밝히면서도 원샷법이 원안에 비해 많이 후퇴해 기대만큼의 효과가 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국회 움직인 '1000만 서명운동'] 국민의 경고장…7개월 발묶인 기업활력법 족쇄 풀었다
◆‘경제 발목잡는 정당’ 역풍 우려

지난해 7월 국회에 제출된 원샷법은 소규모 인수합병(M&A)과 주식 교환 등의 절차를 간소화해 기업이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더민주는 그간 이 법이 “재벌 일가의 편법 상속에 악용될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 또 10대 그룹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되, 공급 과잉이 심각한 철강·조선·석유화학만 포함하자고 하는 등 적용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영권 승계에 악용한 것으로 드러나면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하는 등 국회 논의 과정에서 ‘안전 장치’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야당의 반대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적용 범위를 제한하자는 주장도 입법 취지와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급변하는 기업 환경을 감안했을 때 언제 어느 업종에서 구조조정 필요성이 생길지 모른다는 점에서다.

경제 단체들은 대국민 서명운동에 나서는 등 여론을 통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대한상의 등 8개 경제 단체와 25개 업종 단체는 지난 18일 원샷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개혁법 등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박 대통령이 서명에 참여한 데 이어 삼성 LG 등 주요 기업의 참여가 잇따랐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야권의 지형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안 의원이 중심이 된 국민의당은 원샷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재계는 ‘만시지탄’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야당의 태도 변화는 환영할 만하지만 원샷법의 사업재편 지원 대상이 ‘공급과잉 업종’으로 제한되는 등 당초 재계가 요구했던 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파견법은 수정 요구 되풀이

더민주는 서비스산업발전법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더민주는 의료법과 건강보험법의 공공의료 관련 조항이 서비스산업발전법에 우선한다는 내용을 법조문에 명시하면 법 통과에 협조할 수 있다고 했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이 의료 공공성을 침해할 수 있다며 보건의료를 법 적용 대상에서 통째로 제외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은 “야당이 요구한 법조항을 모두 받아들일 수는 없어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더민주는 사회적 경제기본법 처리를 조건으로 달았다. 이목희 더민주 정책위원회 의장은 “사회적 경제기본법 중 사회적 경제발전기금 설치를 새누리당이 수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사회적 경제발전기금의 일부를 민간 재원으로 조성하도록 한 내용이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더민주는 이와 함께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강화하는 내용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통과에 새누리당이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노동개혁법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파견근로자법 등 정부·여당이 요구한 4개 법안 중 파견법은 대폭 수정해야 한다는 기존 요구를 되풀이했다. 이 의장은 “파견을 허용했을 때 근로조건이 개선되거나 고용이 증대되는 업종을 대상으로 파견을 확대한다고 해야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서욱진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