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우' 범하지 말아야"
국정원, 대테러 통신감청·금융추적 허용 시급성 호소


새누리당은 20일 국회에서 장기간 계류중이고 여야간 협상에 큰 진척이 없는 테러방지법안의 조속한 입법을 위해 잰걸음에 나섰다.

4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있고,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테러가 동아시아 지역으로 확산하는 등 국내외적으로 테러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외교부, 국정원, 경찰청 등 정부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테러방지종합대책 마련을 위한 당정협의를 개최, 국내외 테러위협을 점검하면서 테러방지법 입법에 소극적인 야당을 압박했다.

당정은 회의에서 야당에 입법 협조를 촉구하는 동시에 19대 국회 내 입법을 완료하지 못할 경우 주어진 여건하에서 가능한 대비태세를 체크하고 대책을 협의했다.

이번 '테러 당정'은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테러 사건 직후에 이어 두 번째 열렸다.

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당정 직후 브리핑에서 "언제 어디서 (테러가) 터질지 모르는 상황을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면서 "테러방지법이 없다는 핑계만 댈 수 없으니 (정부는) 철저히 대비해달라는 당부와 함께 야당도 더는 미루지 말고 그동안 합의된 내용으로 빠르게 (법안을) 처리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전했다.

국정원 측은 이날 회의에서 특히 대테러 통신감청과 금융추적 허용 등의 시급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기윤 의원은 이와 관련, "다만 금융정보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을 통해서 획득하고, 테러방지법 상의 통신감청도 일반 통신사들이 갖고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지 국정원에서 직접 감청을 하는 내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모두발언에서 최근 발생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테러와 필리핀에 대한 테러 예고 등을 언급, "아시아도 더이상 테러 무풍지대가 아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야당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야당은 전향적인 협조가 국가 안위를 위한 정도임을 깨달아야 한다"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 또는 테러가 발생하고 난 뒤에 비난을 받는 그런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그러나 쟁점이 되고 있는 국정원 내 대(對)테러센터 설치 문제에 대해서는 "테러방지법은 무엇보다 안전과 안보라는 이해에서 시작돼야 한다.

국정원이 중심이 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협상의 여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국정원 김수민 제2차장은 "15년째 잠자는 테러방지법은 그 입법 논의가 겨우 시작됐지만, 법안의 본질이 국민의 생명 수호인지 국정원 힘 빼기인지 모를 정도로 공방만 거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차장은 "국정원은 권한이나 위상강화에는 추호도 관심이 없다"며 "오직 끔찍한 테러 위협으로부터 국민 안전을 지키는 소임을 다하겠다는 충정으로 입법을 고수한 것"이라고 호소했다.

테러방지 관련 계류 법안에는 정보위에 머물러 있는 테러방지법·사이버테러방지법 제정안을 비롯해 특정금융거래정보법 개정안(일명 FIU법),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등이 있다.

이중 테러방지법안은 지난 2001년 미국 9·11사태가 발생한 직후 김대중(DJ) 정부 시절 처음 발의됐으나 16년째 국회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류미나 기자 minar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