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계 '상향식 공천'과 친박계 '전략공천' 대립
'험지출마론' 첫 스텝부터 꼬여…리더십 부재 지적도


새누리당이 본격적인 공천 심사에 들어가기도 전에 후보자간 충돌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바닥에서 터를 닦던 후보가 있는 지역에 중앙 무대에서 인지도를 높인 인물이 나타나면서 갈등이 비롯됐다.

이른바 '굴러온 돌'과 '박힌 돌'의 대결이다.

안대희 전 대법관이 17일 서울 마포갑에 출마를 선언하자 강승규 전 의원이 나타나 아수라장이 되고, 몇 시간 후 그 자리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종로 출마 회견에 '종로 터줏대감'을 자처하는 박진 전 의원이 "대권 정거장으로 삼지 말라"며 직격탄을 날린 게 단적인 장면이다.

그러나 이는 4·13 총선까지 터져 나올 '아군 간 총격전'의 전주곡에 불과하다는 게 당내의 우려다.

앞으로 당의 텃밭인 영남이나 서울 강남권 등 '공천=당선'의 공식이 굳어진 지역에 대한 심사가 본격화하면 굴러온 돌과 박힌 돌 간 불꽃 튀는 싸움이 더욱 심화할 게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특히 이러한 지역의 기존 후보는 대부분 현역 의원이고, 도전장을 내민 인물들은 암암리에 자신이 친박(친 박근혜)계를 지칭하는 '진실한 사람'임을 내비치고 있다.

단순히 후보자간 갈등을 넘어 계파 대리전으로 비화, 당이 자중지란에 휩싸일 소지가 다분하다는 의미다.

반면, 김무성 대표는 상향식 공천을 통한 총선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

김 대표는 18일 신년회견에서 "상향식 공천 확립에 따라 정치신인들이 대거 우리 당의 예비후보로 등록했다"면서 "지역민과 소통하면서 생각과 경험을 나눈 유능한 후보들이 상향식 공천제를 통해 정치권에 대거 수혈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의 예상과 달리 후보자간 교통정리에 실패하고, 기존 후보가 당을 뛰쳐나가거나 우여곡절 끝에 경선까지 가더라도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다면 탈락한 후보가 본선에서 자당 후보를 비토하거나 협력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서울, 수도권 출마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여기에는 당내 리더십의 부재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상향식 공천제를 강력하게 주장했던 김 대표와 이에 맞서 전략공천을 요구한 친박계간 힘겨루기가 계속돼 공천룰 확정이 지연되면서 득표력을 갖춘 인사들이 여야간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 지역에서 살신성인하기보다는 당선 유력지역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김 대표가 이른바 '험지출마론'을 들고 나왔지만 첫 걸음부터 스텝이 꼬이면서 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안 전 대법관과 오 전 서울시장에게 야권의 거물급이 있는 지역에 출마하라고 권유했지만 두 사람이 '정치적 모험'보다 '안정적 선택'으로 사실상 이를 거절하면서 일부에서는 김 대표의 체면만 구겼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 애초부터 상향식 공천과 험지 출마는 '찬란한 슬픔'만큼이나 모순어법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부산·경남권의 한 의원은 "당에 인재영입위원장도 없고 하니까 시스템적으로 중량감 있는 인물을 나눠서 접촉하고 모셔와야 하는데 그게 안된다"면서 "그런데 자꾸 험지, 험지 하니까 해당 지역 사람들은 꼭 못사는 동네처럼 부정적 느낌을 줘서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도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배영경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