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보다 '적극적' 태도…제재수위, 여전히 '간극' 있는 듯
"세찬바람 불어야 억세풀 알수있어"…'질풍경초' 해석 분분


'국제사회의 명확한 대응과 새롭고, 강력하고, 적절한 제재'
지난 14일 베이징에서 열린 북핵 6자회담 한중 수석대표 간 회동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한 대북 추가제재에 대해 중국 측은 이 같은 반응을 내놓은 것으로 15일 전해졌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13일 서울에서의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 결과를 토대로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유엔을 담당하는 리바오둥(李保東)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잇따라 만났다.

지난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한미일을 중심으로 강조해온 '중국의 역할' 주문에 대한 중국 측의 다소 '집약된 반응'으로 보인다.

중국 측이 앞서 대북제재와 관련해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안정, 대화를 통한 해결 등 이른바 '북핵 3원칙'을 거론하며 이 가운데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 된다는 '缺一不可(결일불가)'나 '합당한 대응'을 언급했던 것에 비하면 다소 진전된 표현으로 보인다.

'새롭고 강력한 제재'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중국 측은 북한의 비핵화와 핵실험에 대응한 국제사회의 명확한 대응, 제재 결의 과정에서 한국을 비롯한 6자회담 당사국인 미국, 일본, 러시아 등과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도 확인했다.

중국 측은 이날 서울에서 열린 제15차 한중 국방정책실무회의에서도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적절한 제재'라는 표현은 '합당한 대응'이라는 중국 측의 기존 입장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진행 중인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 추가제재에 중국이 참여해 '새롭고 강력한' 제재에 참여하겠지만, 제재수위는 적절한 수준에 그쳐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 소식통은 황 본부장이 기자들에게 "국제사회가 명확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한중 양국이 의견을 같이 했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 우리 정부의 '강력·포괄적 제재'와 중국의 '합당한 대응' 사이에서 "접점을 찾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 등을 중심으로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새로운 안보리 제재 결의안 초안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최종 마무리까지 한미일과 중국 간의 제재수위를 둘러싼 줄다리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찬 바람이 불어야 억센 풀을 알 수 있다"(疾風頸草)는 우다웨이 특별대표의 언급도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우 대표는 황 본부장과의 면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역할을 촉구하며 "어렵고 힘들 때 손을 잡아주는 것이 최상의 파트너"라고 언급한 것을 상기하며 후한서에 나오는 '질풍경초'를 언급했다고 한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이에 대해 "어려운 시기에 진짜 친구로서 중국이 버텨주겠다는 좋은 뜻으로 말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중국이 역할을 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한 해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국 내에서 '대중외교'의 실패론이 제기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한중관계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북제재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이 다소 미흡하더라도 이를 한중관계 문제로까지 확대해석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담겼다는 풀이다.

또 북한의 핵실험 이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론이 다시 불붙고,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 구도가 부각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한국이 이런 흐름에 편승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중국이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황 본부장은 중국 측과의 대화 과정에서 사드 문제가 제기됐는지 여부에 대해 "회담 내용을 말할 수는 없다"면서 "중국도 이번 사태에 대응하는 방향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언급했다"고 했다.

한미일은 황 본부장의 방중 결과를 바탕으로 16일 도쿄에서 열리는 3국 외교차관 협의회에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을 다시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를 바탕으로 토니 블링큰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다음 주 19~20일 한국 방문에 이어 베이징을 찾아 중국 측과 다시 '담판'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