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상대로 전병헌·김한길·추미애·노웅래·이목희 거론
吳, 종로 떠나면 박영선·김한길 대항마로 나설 가능성
'安 또는 吳 vs 안철수 혈투 시나리오' 성사율 낮은듯

부산 해운대 출마를 타진해왔던 안대희 전 대법관이 새누리당의 '험지 출마' 요구에 화답해 서울의 야당 의원 지역구로 자리를 옮기기로 하면서 20대 총선에서 야당 어느 후보와 맞설지 벌써부터 대진표에 관심이 쏠린다.

안 전 대법관과 함께 '험지 출마' 요구를 받았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종로 출마를 접고 야당 강세 지역으로 발길을 돌린다면 서울 지역의 총선 판도 자체가 요동칠 수 있어 오 전 시장에 대한 새누리당의 전략적 배치가 주목된다.

김무성 대표는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 전 대법관은 (출마 지역을) 본인이 결정하기로 했다"면서 "오 전 시장은 가능하면 이번 주에 (출마지역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안 전 대법관은 이날 오후 부산으로 내려가 고민한 뒤 이르면 주말께 최종 출마지역을 밝힐 예정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안 전 대법관의 출마가 유력하게 검토되는 지역은 서울 동작갑과 광진갑, 광집을, 마포갑 등이다.

동작갑은 한때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의 지역구였으나 지금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전병헌 의원이 내리 3선을 한 지역으로 전통적으로 야세가 강한 곳이다.

대법관 출신에 '강골 검사'로 국민적 인기가 높은 안 전 대법관이라도 현실정치에 뛰어들어 선거를 치르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정치판에서 30년간 잔뼈가 굵은 전 의원을 맞상대하기는 만만치않다.

다만, 바로 옆 동작을에서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이 뛰고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을 묶어 '동작권 벨트'를 만든다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는 게 당 일각의 분석이다.

나 의원도 안 전 대법관과 마찬가지로 법조인 출신이어서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이미지 메이킹에도 유리하다.

선거 경험이 없는 안 전 대법관은 3선인 나 의원의 도움을 받고, 나 의원으로서도 잠재적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안 전 대법관의 정치적 위상과 이미지를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광진갑에는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가칭)으로 자리를 옮긴 김한길 의원이, 광진을은 더민주 추미애 최고위원이 버티고 있다.

김 의원은 4선에 야당대표까지 지냈고, 추 의원은 광진을에서만 내리 4선을 했기 때문에 두 지역 모두 새누리당으로서는 험지 중 험지다.

안 전 대법관이 김 의원과 맞붙는다면 광진갑이 20대 총선 최대 격전지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민주 노웅래 의원의 지역구인 마포갑은 안 전 대법관이 숭문중학교를 나왔다는 인연 때문에 고려대상으로 오르내린다.

이 지역은 17대 때 노 의원이 깃발을 꽂았지만 18대 때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이 탈환했다가 19대때 다시 뺏긴 지역으로 새누리당으로서는 재탈환 대상 중 한 곳이다.

일각에서는 더민주 정책위의장인 이목희 의원의 지역구 금천도 거론된다.

오 전 시장의 경우 여전히 '종로만한 험지가 없다'는 입장이 강하지만, 더민주 박영선 의원의 지역구인 구로을 배치론이 나온다.

18대와 19대 총선에서 연이어 구로을에서 당선되면서 입지를 다져온 박 의원은 제1야당의 서울시장 후보를 지냈고, 야권에서 주목받는 여성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새누리당 입장에선 오 전 시장의 결단을 기대하고 있다.

때문에 오 전 시장과 박 의원간의 대결이 성사된다면 두 사람 모두 '정치적 미래'를 건 불꽃 튀는 격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 전 시장의 경우 광진과 도봉도 검토 대상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다만 오 전 시장으로서는 광진에 거주하다 종로 출마를 위해 주소를 옮겼기 때문에 다시 광진으로 유턴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도 있다.

또 더민주 유인태 의원의 지역구인 도봉을도 이 지역에서 18대 의원을 지냈던 원외 친박계 핵심인 김선동 전 의원이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열심히 선거에 대비하고 있어 오 전 시장이 비집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물론, 당내 일각에선 안 전 대법관이나 오 전 시장을 안철수 의원이 버티고 있는 서울 노원병에 차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안 전 대법관이나 오 전 시장 모두 반대하고 있는 데다가 지난 19대 총선 때 당 비상대책위원을 맡았던 이준석 전 위원을 '안철수 대항마'로 거론하고 있어 '안대희 또는 오세훈 대 안철수의 대결구도'는 성사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eshi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