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선전매체 "자력갱생의 혁명정신, 자강력 제일주의로 승화"
'자강력 제일주의' 표현, 신년사 이후 13일째 北매체 등장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을 따라 하며 권력강화를 시도해온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김일성 시대 구호마저 재활용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 선전용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12일 '자강력 제일주의가 안아온 거대한 승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리 혁명의 전력사적 과정에 관통되여온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은 오늘 자강력 제일주의로 승화되여 이 땅 위에 세인을 경탄시키는 기적과 눈부신 현실을 연이어 펼쳐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제1위원장의 지난 1일 육성 신년사에서 처음 등장한 '자강력 제일주의'라는 표현이 결국 김일성 시대 구호인 '자력갱생'를 재활용한 것임을 확인한 셈이다.

북한의 대외 선전용 주간지 통일신보도 지난 11일자에서 "자강력은 자기의 힘으로 자기를 든든하게 하는 힘을 말한다"라고 설명한 뒤 곧바로 "우리 공화국을 자력갱생의 모범의 나라, 주체의 강국으로 명성 떨치게 해주신 분은 위대한 김일성 주석이시였다"고 밝혀 자력갱생과 자강력 제일주의가 관련이 깊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김 제1위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사회주의 강성국가건설에서 '자강력 제일주의'를 높이 들고나가야 한다"면서 "사대와 외세 의존은 망국의 길이며 자강의 길만이 우리 조국, 우리 민족의 존엄을 살리고 혁명과 건설의 활로를 열어나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가 곧이어 "강성국가 건설대업과 인민의 아름다운 꿈과 이상을 반드시 우리의 힘, 우리의 기술, 우리의 자원으로 이룩하여야 한다"고 언급한 점을 놓고 볼 때 자강력 제일주의는 중국을 비롯한 외국의 도움 없이 독자적인 기술과 자원으로 강성국가를 건설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주석이 생전에 '경제에서의 자립'을 자력갱생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면서 이에 대해 "자립적 민족경제를 건설한다는 것은 우리가 자체로 벌어서 먹고 살 수 있도록, 다시 말해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든다는 것"라고 언급했던 점을 고려하면 의미면에서도 자력갱생과 자강력 제일주의는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김 제1위원장은 집권 이후 외모뿐만 아니라 걸음걸이, 복장, 스타일 등을 김일성 방식으로 연출하며 주민들의 충성을 끌어내려 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북한 매체들은 김 제1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이후 13일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자강력 제일주의'를 거론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