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5대 법안 중 기간제근로자법 처리를 미룰 수 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수정 제안에도 여야는 평행선을 달렸다. 여당은 기간제법을 제외한 4개 법안 처리를 위한 야당의 양보를 요구했지만 야당은 파견근로자법도 처리 대상에서 빼야 한다며 맞섰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동개혁과 관련해 대통령이 먼저 양보한 만큼 야당 및 노동계도 타협과 양보의 미덕을 발휘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전날 신년 담화에서 “노동계에서 반대하고 있는 기간제법과 파견법 중 기간제법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하는 대신 파견법은 받아들여 달라”고 한 것을 상기시키며 야당의 양보를 촉구한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당초 기간제법과 파견법 외에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5개 법안을 일괄 처리해야 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야당 반대로 협상이 난항을 겪자 기간제법을 뺀 4개 법을 우선 처리하는 쪽으로 물러섰다.

김 대표는 “야당과 노동계가 노동개혁을 개악이라고 낙인찍고 한 치도 움직이려 하지 않아 최선이 안 되면 차선이라도 선택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 아래 대승적인 양보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간제법뿐만 아니라 파견법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더민주 대표는 “기간제법과 파견법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불법 파견을 용인하는 법안”이라며 “고용 불안을 악화시키는 악법 중 악법으로 19대 국회 최악의 법안”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 대표는 이어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제외한 3개 법안은 우선 처리하자고 누누이 제안했으나 정부·여당은 일괄 처리만을 고집했다”며 “노동법안들이 통과되지 않고 있는 것은 정부·여당의 편협한 고집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대통령 특사로 과테말라에 체류 중인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다음주 귀국하는 대로 여야 원내대표와 만나 노동개혁법 관련 중재를 시도할 계획이다. 국회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기간제법을 양보할 수 있다고 해 협상의 여지가 생겼다”며 “더민주가 반대하고 있지만 돌파구를 마련할 계기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