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강연서 비판…정치 참여 질문에는 "고민하고 있다"

정운찬 전 총리가 현 정부에서 경제 정책을 이끈 현오석·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를 두고 "진단과 처방을 제대로 하지 못해 실적이 미미하다"고 비판했다.

정 전 총리는 14일 서울대 행정대학원 공공성과관리연구센터 주최로 열린 '한국경제, 어떻게 살릴 것인가: 한국경제, 동반성장 그리고 남북통일' 주제의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 전 총리는 "최 전 부총리는 소득 증대를 통한 소비 증진을 꾀했지만 외국에서와 달리 한국에서는 소득 증대를 위한 노력이 쉽지 않고, 실제로 노력도 별로 안 했다"고 주장했다.

또 "소득이 늘어난다고 해도 가계 빚이 1천200조원으로 많아 소비가 늘어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오석 전 부총리를 향해서는 더 쓴소리를 했다.

정 전 총리는 "현 전 부총리는 규제 타파를 통해 투자 증진을 꾀했으나 이는 너무 나이브한(순진한) 생각"이라며 "투자가 안 되는 것은 경제정책의 일관성이 없기 때문인데 과거나 지금이나 우리나라 경제정책에는 일관성을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투자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나눠 생각해야 한다"며 동반성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은 돈은 많은데 투자할 곳이 없다고 하고, 중소기업은 투자대상은 있지만 투자할 돈이 없다"며 "대기업으로 흐를 돈이 중소기업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하면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고 양극화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한국경제를 살리는 길은 통일"이라고도 강조했다.

정 전 총리는 "4차 핵실험이라는 상황이 벌어져 실망스럽지만 정치군사적으로 대응을 해서는 남북관계 해결이 요원하다.

이전 합의들을 지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대북 확성기 재개를 비롯한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그는 "남북 주민들이 통일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남북 간, 남한 내 경제 격차가 줄이는 '동반성장'이 필요조건"이라며 "통일을 결과가 아니라 과정으로 이해하고 남북 경제협력 비중을 늘려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당제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정 전 총리는 "지난 대선 후 여야 모두 경제민주화에 대해 침묵할 때 제3당이 있었다면 동반성장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며 "제왕적 대통령제와 양당제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힘을 얻기 힘들다"고 역설했다.

자신을 둘러싼 정치권 영입 문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정치권의 '러브콜'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결정하지 않아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동반성장을 위해 무엇이 좋을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srch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