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12월에만 6번, 새해에는 전무

지난해 3월 부임해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쳐온 리진쥔(李進軍) 주북 중국대사의 공개활동이 새해 들어 자취를 감췄다.

이를 두고 지난 6일 강행된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이 리 대사의 대북 외교 행보에 직격탄을 날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3일 주북 중국대사관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새해 들어 리 대사의 대외 활동에 관한 발표문은 단 한건도 게재되지 않았다.

리 대사가 지난해 12월 한달간 6번의 공개활동을 펼쳤던 것과 크게 대비된다.

리 대사는 지난해 12월 9일 중국 공연을 위해 평양을 출발한 북한 모란봉악단과 공훈국가합창단을 전송한 것을 시작으로 평양시 경제민생 시찰(12월 10일), 김일성 종합대학 교수 기숙사 방문(12월 22일),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주북 사무소 대표 면담(12월 23일), 장천남새전문협동농장 참관(12월 24일), 북중(조중) 친선 택암 협동농장 방문 및 비닐하우스 지원 협약식(12월 29일) 등의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는 이 과정에서 북중간 우의를 강조하며 중국이 북한의 민생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메시지를 강조했었다.

이같은 활동에는 북한 외무성, 조선대외문화연락위원회 등 북한 측 관계부처 기관의 주요 책임자들이 동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의 공개행보는 지난해 10월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을 계기로 북중관계가 해빙무드로 돌아선 이후 더욱 활발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리 대사는 류 상무위원을 수행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첫 만남을 가진 바 있다.

그의 공개행보가 새해 들어 '뚝' 끊긴 것은 지난 6일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을 계기로 북중 관계가 급속히 냉각된 것과 관련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의 핵실험 직후 '결연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북한 역시 TV 기록영화에서 류 상무위원의 모습을 삭제하는 등 중국을 향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외교가에서는 이달 말로 계획 중이던 공산당 대외연락부의 부부장급 인사의 방북계획이 무산됐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북중 관계가 북한의 핵실험으로 급랭한 상황에서 리 대사가 대외활동을 활발히 펼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고위인사들 간의 인적교류 역시 당분간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