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한·미·일 3각 공조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1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을 향한 경고 메시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같은 날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들은 서울에서 회동을 하고 대북제재 방안을 논의한다. 3국은 오는 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제2차 한·미·일 차관협의회에서도 북핵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앞서 양국은 12일 도쿄에서 14차 고위경제협의회를 열고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한·일 과거사 갈등과 박근혜 정부의 ‘중국 경도론’ 등으로 삐걱대던 한·미·일 3각 경제·안보동맹 복원이 위안부 협상 타결에 이어 북한의 핵도발을 계기로 속도를 내고 있다는 관측이다.
12일 일본 도쿄 외무성에서 열린 제14차 한·일 고위경제협의회에서 일본 측 수석대표인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외무성 외무심의관(왼쪽 세 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한국 수석대표인 이태호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 연합뉴스
12일 일본 도쿄 외무성에서 열린 제14차 한·일 고위경제협의회에서 일본 측 수석대표인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외무성 외무심의관(왼쪽 세 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한국 수석대표인 이태호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 연합뉴스
◆경제협력 가속화하는 한·일

한·일은 이날 세 시간가량 진행된 고위경제협의회에서 한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지난해 11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나온 △경제협력 활성화 △동아시아 경제통합 협력 △기후변화 등 글로벌 이슈 협력강화 △한·일 고위급협의회 운영 등과 관련한 후속 조치도 논의했다. 한 참석자는 “그동안 정치·외교 문제와 별도로 경제는 상호 협력한다는 정책기조를 유지해 오긴 했지만 지난해 말 위안부 협상 타결을 계기로 상호 협조적인 분위기에서 대화가 오갔다”고 말했다.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1일 인사청문회에서 “일본과 통화스와프 확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만큼 조만간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2월엔 통화스와프 연장이 한국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인지 여부를 놓고 양국이 신경전을 벌이며 협의가 중단됐지만, 이제는 서로 꺼내놓고 얘기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발걸음 빨라지는 한·미·일] 복원 속도내는 한·미·일 경제·안보 동맹…'북한 제재·중국 설득' 논의
◆강력해진 한·미·일 안보동맹

한·미·일은 북핵에 맞서 안보 동맹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3국은 13일 4차 북핵실험 이후 첫 접촉인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서 북한에 대한 강경한 대응과 공조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포함될 대북 추가제재 방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조율한다.

과거 북한의 1~3차 핵실험 때 취해진 안보리 제재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 만큼 보다 강력하고 효과적인 제재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북 제재 이행의 핵심 열쇠를 쥔 중국을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우리 측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4일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에게 협의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다. 황 본부장은 오는 19일 모스크바에서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교차관 등과 만나 한·미·일·중·러 간 연쇄 협의를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외교가는 16일 열리는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도 주목하고 있다. 이 협의체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의 일환으로 구성된 것으로 지난해 4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처음 열린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한·미·일 3각 안보협력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본이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조기 체결을 한국 측에 촉구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전예진 기자/도쿄=서정환 특파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