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참배…安 "특정세력을 비판한 적 없어"
安측 "더민주와 동지로 정권교체" 언급에 권양숙 "동지…좋은 말씀"
30분 면담…일부 시민 "야권분열시키고 형제는 무슨 형제" 야유


'국민의당'(가칭) 창당을 추진중인 안철수 의원은 12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노무현 정신'의 계승을 다짐했다.

때마침 이 날은 동교동계 권노갑 고문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날로, 안 의원의 봉하마을 방문은 총선 승리와 야권재편을 위해 노 전 대통령 지지층까지 기반을 넓히겠다는 뜻이라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안 의원은 전날 호남 일정을 마치고 처가가 있는 여수에서 1박을 한 뒤 이날 오전 봉하마을에 도착했다.

한상진 공동 창당준비위원장, 문병호·임내현 의원이 함께 했고, 김한길 의원은 동행하지 않았다.

친노(친노무현) 성향 시민 2, 3명은 안 의원 도착 전부터 봉하마을 앞에서 "친노 패권주의, 낡은 진보라며? 아직도 간 덜 봤냐?"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안 의원이 도착하자 "아직 간 덜 봤냐", "야권 분열시켜 놓고 형제 좋아하네. 형제는 무슨 형제"라고 야유를 보내다 안 의원측의 제지를 받았다.

권 여사측 관계자가 나서 상황을 정리한 뒤 한 위원장과 안철수·문병호·임내현 의원이 차례로 분향, 참배했다.

한 위원장은 방명록에 "대의를 위해 헌신하시고 희생하신 대통령님의 숭고한 뜻을 가슴에 깊이 새겨 실천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안 의원이 한 위원장 이름 아래에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안 의원 일행은 이어 노 전 대통령의 사저로 권양숙 여사를 새해인사차 방문, 30분간 대화를 나눴다.

권 여사 방문을 마친 뒤 한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권 여사가 차도 주시고 아주 따뜻하게 맞이해줬다.

여러 덕담을 나눴다"고 말했다.

또 "(권 여사에게) 중간층 유권자, 침묵하는 다수를 대변하는 새로운 정당이 있어야만 더민주와 동지로서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금 국민의당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다"고 소개했다.

이어 한 위원장은 "이런 과정에서 혹시 권 여사가 좀 허전하고 서운한 점이 있을까봐 몹시 걱정이 된다는 말씀도 드렸다"며 "권 여사는 현재 정부가 너무 뒤로 간다는 데 대해 깊은 우려의 말씀을 거듭 했다"고 전했다.

한 참석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권교체' 언급에 대해 권 여사가 미소를 지으며 "동지… 좋은 말씀이죠"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권 여사는 또 안 의원측에서 보낸 난을 보며 "향기가 좋다"고 말하고, 안 의원이 "정원이 좋다"고 하자 "가을에 한 번 더 오시라"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당 과정에 대해선 "힘드시겠다"는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양숙여사측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치적인 언급은 없었다"고만 밝혔다.

안 의원은 친노계와의 갈등에도 봉하마을을 찾은 이유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특정세력을 비판한 적은 없다.

어떻게 하면 국민의 신뢰를 얻어 정권교체를 할지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참배후 일행들에게 "노 전 대통령이 말한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은 국민의당이 만들어갈 공정한 사회와 같다"며 "그런 정신이 실현돼 모든 국민이 혜택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병호 의원도 트위터에 "노무현 정신은 우리 모두의 정신이지 특정 계파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그동안처럼 앞으로도 노무현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이 마지막으로 봉하마을을 찾은 것은 지난해 5월 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 때이자 문 대표의 혁신위원장직 제안을 거절한 직후였다.

당시에도 욕설과 야유를 들었던 안 의원은 이날 참배에서도 일부 시민의 야유에 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김해연합뉴스) 조성흠 박수윤 기자 jo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