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는 DJ·호남과 고락 함께한 상징적 존재
노무현정부 출범후 친노에 당 주도권 잃고 줄곧 불편한 관계
호남내 '반문'정서 확산 불가피… 파급력은 미지수 지적도

더불어민주당 권노갑 상임고문의 12일 탈당은 중도층 지지를 등에 업은 안철수 의원에 이어 호남 민심에 기반을 둔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마저 더민주를 이탈했다는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

또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불편한 동거관계를 이어온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노(친노무현) 세력과 결별을 선언한 정치사적 사건이기도 하다.

동교동계는 DJ가 야당 시절 자택이 있던 동교동 집에 상주하다시피 한 측근 그룹을 부르는 말로, 1960년대부터 DJ를 보좌해온 권 고문이 좌장으로 통한다.

동교동계는 DJ가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망명과 가택연금 등 정치적 탄압을 받을 시절 정권의 각종 회유와 억압, 고초에도 불구하고 동교동을 떠나지 않고 DJ 곁을 지켰다.

특히 전두환 정권의 군부독재가 기승을 부리던 1984년 5월에는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가신그룹인 상도동계와 협력해 민주화추진협의회라는 단체를 결성, 민주화운동의 선봉에 서기도 했다.

동교동계는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뒤 실시된 1987년과 1992년 대선에서 DJ가 연거푸 낙선하자 또다시 긴 시련의 시간을 맞는다.

DJ가 1992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하자 동교동계는 이기택 민주당 대표 체제 하에서 동거했다가 1995년 7월 DJ가 정계복귀를 선언하자 대거 민주당을 탈당해 DJ가 만든 새정치국민회의 창당에 합류한다.

마침내 DJ가 1997년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동교동계는 당정을 아우르는 정권의 핵심세력으로 떠올라 권력의 영화도 누렸지만 영광의 시간도 잠깐, 비난과 공격의 대상이 됐다.

권 고문은 2000년 소장파 리더였던 정동영 전 의원이 자신을 겨냥해 "세간에는 김영삼 정권 때 김현철에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며 정풍운동을 일으키자 정계 일선에서 물러났다.

특히 2003년 2월 DJ의 대통령직 퇴임과 함께 동교동계는 급속히 세력이 약화됐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을 앞둔 2003년 1월 DJ는 "앞으로 어떤 일이 있더라도 '동교동계'라는 말이 나와서도 안 되고, 모임이 있어서도 안 된다"며 동교동계의 사실상 해체를 지시했다.

2002년 민주당의 대선 경선 때 동교동계가 노무현 후보를 배후에서 지원했다는 말도 있지만 노무현정부가 출범한 이후 동교동계는 줄곧 친노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

2003년 대북송금 특검이 시작되자 동교동계는 참여정부가 DJ의 최대 치적인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깎아내린다고 반발했고, 수사 과정에서 권 고문과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동교동계 주요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반감은 커져만 갔다.

이어 2003년 11월 당시 민주당을 구태 정치세력으로 몰면서 열린우리당이 창당되자 동교동계의 친노에 대한 반감을 극에 달했다.

우여곡절 끝에 분당 4년 여만인 2008년 초 총선을 앞두고 동교동과 친노는 통합민주당이라는 깃발 아래 모이고, 2012년 대선 때는 문재인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정권교체에 힘을 모았지만 대선 패배로 무위에 그쳤다.

따라서 동교동계의 이번 탈당은 2003년 노무현정부 출범 이후 불편한 동거관계를 유지해온 동교동계가 친노와 결별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은 친노가 동교동계와 결별한 것이라면, 이번 탈당은 동교동계가 먼저 친노를 떠났다는 것이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동교동계가 DJ의 공고한 지지층인 호남 민심을 일정 정도 대변한다고 본다면 더민주의 양대 지지층인 호남과 친노 중 호남이라는 한 축이 더민주로부터 이탈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동교동계의 탈당이 얼마나 큰 파급력을 지닐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동교동계가 DJ의 가신그룹이라는 정치적 상징성은 지니고 있지만 실제로 DJ가 생전에 그랬듯이 호남 민심을 대표하거나 좌지우지할 만한 현실적 힘을 지녔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에서다.

다만 호남 내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분당까지 현실화된 상황에서 동교동계의 이탈은 호남의 반문 심리를 강화하고 더민주의 원심력을 키우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