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오른쪽)과 신의진 대변인이 11일 국회 의안과에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오른쪽)과 신의진 대변인이 11일 국회 의안과에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은 2012년 19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국회법(국회선진화법) 처리를 주도한 뒤 4년 내내 후폭풍에 시달렸다. 당시 선거를 앞두고 내세운 명분은 ‘몸싸움 국회, 폭력 국회 추방’이었다. 그러나 야당이 반대하는 주요 법안은 국회에서 번번이 발목이 잡히면서 국정 운영에 큰 차질을 불러왔다. 국회선진화법은 ‘국회 마비법’으로 불렸다. 주요 법안 처리 때마다 야당에 끌려다니며 어쩔 줄 몰라 했던 새누리당이 11일 뒤늦게 선진화법을 손질하기 위한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권성동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의장이 법안을 직권상정할 수 있는 요건에 ‘재적의원 과반수가 본회의 부의를 요구하는 경우’를 추가했다. 현행 국회법은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 의원과 합의하는 때만 직권상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 역시 국회선진화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본회의 상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완화하는 법안을 본회의에 올리기 위해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린 것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국회선진화법 개정은)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여야가 논의해야 할 사안으로 직권상정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19대 국회 1년차인 2013년 상반기부터 국회선진화법의 개정 필요성을 언급했던 새누리당이 4·13 총선을 불과 석 달여 앞두고 부랴부랴 개정 작업에 착수한 것을 두고, ‘총선 심판론’을 부각하기 위한 선거 전략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은 2012년 5월2일 열린 18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재석의원 192명 중 찬성 127명, 반대 48명, 기권 17명이었다. 주요 법안 처리에 국회 의원 108명이 참석하지 않았다. 국회의원 전체(300명)의 약 42% 찬성으로 선진화법은 처리됐다.

선진화법은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황우여 의원과 유일호·김세연 의원 등 친박근혜계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박근혜 대통령도 당시 찬성표를 던졌다. 친박 핵심이면서 본회의 표결에서 기권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반대표를 던진 윤상현 의원은 2013년 5월부터 1년간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아 국회선진화법 개정 추진에 군불을 지폈다. 여권 관계자는 “19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총선 패배를 예상해 국회선진화법을 추진했지만 선거 결과만 생각했던 당시 여당 지도부도 이 법안이 이렇게 큰 부메랑이 돼 돌아올 줄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 내내 국회선진화법에 발목이 잡히면서 큰 ‘비용’을 치러야 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내놓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야당 반대로 50일 넘게 표류하면서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2014년 세월호 특별법 처리 과정에서 여야 대치 국면이 조성되면서 각종 민생·경제활성화 법안 처리가 줄줄이 미뤄졌다. 작년 한 해 여야가 각각 밀고 있는 핵심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이견이 없는 법안을 함께 묶어 처리하는 ‘패키지 딜’도 성행했다.

새누리당은 4·13 총선에서 재적 의원 5분의 3인 180석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야 합의 없이 새누리당 단독으로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추진할 수 있는 최소 의석수다.

■ 국회선진화법

국회의장의 본회의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 전시·사변 등으로 제한하고 상임위원회에서 통과가 안 된 쟁점 법안은 ‘안건신속처리제도’를 통해 본회의에 올리도록 했다. 해당 상임위원 5분의 3 이상 또는 전체 국회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