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서 북핵놓고 '백가쟁명식' 해법…사드 도입론도 제기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미국 워싱턴D.C.의 정책서클 내에서 북핵 논의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대북 압박론이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대화론도 소수론의 형태로 이어지는 가운데 각 정책그룹의 시각에 따라 백가쟁명식의 해법이 등장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워싱턴 외교가에 따르면 찰스 퍼거슨 미국 과학자협회장은 최근 과학자협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미국은 한국, 일본과 같은 동맹국에 대해 훨씬 더 강한 안전보장을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퍼거슨 회장이 거론한 '안전보장'은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는 확장억지, 즉 핵우산 제공을 뜻한다.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을 경계해온 대표적 비확산론자인 퍼거슨 회장은 지난해 5월 발표해 파문을 일으켰던 '한국 핵무장 보고서'를 거론하며 "나는 보고서에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쉽게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지를 묘사하고 미국이 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을 것을 촉구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퍼거슨 회장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한국은 이미 일반 원자로에서 수백 개의 핵폭탄을 제조할 분량의 플루토늄을 확보하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단기간 내 수십 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며 "북핵 해결을 위해 관련국들이 노력해야 하지만, 당분간은 미국이 재래식은 물론 핵과 관련한 확장억지를 제공해 미국의 결의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북한 핵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한국과 같은 동맹국이 핵무장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미국이 보다 확실한 확장억지력을 제공해 이 같은 가능성을 사전에 억제해야 한다는 뜻이다.

퍼거슨 회장은 또 과학자협회 회원인 마틴 헬맨 스탠퍼드대 교수의 최근 블로그 글을 인용하면서 "혐오스런 정권이지만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위해 허무하게 노력하기보다는 김정은 정권과 어떻게 같이 지낼 것인가를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북 압박과 대화의 '투트랙' 접근을 강조해온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연구원은 이날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우선으로 강력한 대북 억지력의 과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지금이 한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강화를 위해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 한개 포대를 배치해야 할 적기"라고 주장했다.

크로닌 연구원은 이어 2012년 무산된 한·일 정보보호협정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크로닌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이 대북 압박과 외교의 수위와 시점을 적절히 조율하면서 '출구'를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며 "궁지에 몰린 쥐를 빠져나갈 구멍도 없이 몰아붙이는 것은 최악의 수"라며 "시간을 두고 모든 수단을 사용하면 쥐는 안전하게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북 강경론자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와 1994년 제네바합의를 이끌었던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 특사는 지난 8일 자 뉴욕타임스(NYT)에 공동기고한 글에서 "미국은 이번 4차 핵실험을 계기로 북한이 비핵화 대화 테이블에 나오도록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차 석좌와 갈루치 전 특사는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북한이 고립과 불안정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경로는 모든 이슈에 대해 협상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거기에는 안보와 인권, 경제가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뿐만 아니라 미국이 지난 1월 소니 픽처스 해킹 사건에 따라 발동된 자체 행정명령을 적극 적용해야 한다"며 "조준 금융제재와 여행 제한, 그리고 핵과 인권유린, 사이버 범죄에 가담한 북한관리들의 기소가 포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북 대화파로서 북한 전문웹사이트인 '38노스'를 운영하는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학 연구원은 같은 날짜에 NYT에 기고한 글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북핵문제를 보다 진지하게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위트 연구원은 "도발에 대해 즉각적이고 긴밀하게 대응하는 것은 좋다"며 "그러나 북한은 긴 안목에서 도발을 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미국이 북핵문제를 진지하게 다루려고 노력하지 않다가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그때 가서는 마땅히 대응할 방도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