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도박' 이후] 대북제재 강경한 한·미·일 vs 신중한 중국…압박수위 시각차
북한의 4차 핵실험 제재안을 마련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UN 안전보장이사회는 추가 대북제재 방안을 담은 결의안 마련에 착수했다. 미국은 중국의 동참을 압박하면서 독자적인 대북제재도 검토하고 있다. 한·미·일은 이르면 이번주 일본 도쿄에서 차관협의회를 열고 대북공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간 회동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놓고 강경한 한국 미국 일본과 냉정함을 주문하는 중국 간 온도 차가 나타나고 있다.

◆북한 자금줄 차단에 주력

현재까지 안보리 결의안 초안에 담길 것으로 알려진 대북제재는 주로 경제·금융 부문에 초점이 맞춰졌다. 북한 선박 입항 금지, 자산동결 대상 및 대북 수출금지 품목 확대 등이다. 북한으로 유입되는 자금줄을 차단해 핵무기 개발을 중단시키고 김정은 정권에 타격을 입히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은 과거 안보리 결의에 포함된 것이어서 파급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방안은 원유 공급 차단이다. 이 방안은 북한 경제를 마비시키고 김정은 정권을 붕괴시킬 수 있는 강력한 무기라는 점에서 가장 효과가 큰 제재 방법으로 꼽힌다. 대북 원유 수출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중국이 호응할지가 관건이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 정권이 무너지는 것을 우려하는 중국이 원유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안보리 결의안에 원유 제재가 포함되더라도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 은행 등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수준의 금융 제재도 꾸준히 거론된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의 주요 교역국인 중국이 자국 경제 보호를 이유로 반발하고 있어 안보리 결의안에 포함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대신 미국의 독자 제재안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8일 미국의 독자 대북제재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도 있다”며 세컨더리 보이콧 시행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미·일 ‘강공’…중국 ‘신중’

국제사회가 긴박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대북제재의 ‘열쇠’를 쥔 중국은 신중한 모습이다. 왕이(王毅) 외교부 장관은 8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사진)과의 통화에서 “한반도 비핵, 평화와 안정 수호,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세 가지 원칙 중 어느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왕이 장관은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 “다른 국가들도 냉정하게 행동해야 하며 긴장국면을 끌어올릴 수 있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고 했다.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도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통화에서 ‘합당한 대응’을 강조했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대한 불편한 심기도 드러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케리 미 국무장관이 중국의 대북 접근법을 실패로 규정한 것과 관련해 “핵 문제는 중국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국제사회의 강경 기조에 맞서 중국이 온도 차를 보이면서 안보리 결의안 도출이 난항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