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제재안, 北선박제한·무역·금융제재안…원유 포함은 불투명
美 의회 테러지원국 재지정·제3국 금융제재 독자추진
中, 접경지역 밀무역 감시·통관 강화…日, 현금송금 규제 강화 등


국제 사회가 수소폭탄 핵실험을 했다고 발표한 북한을 응징하기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경제와 금융부문의 추가 제재 등을 담은 결의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도 '독자 제재'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대북 제재안의 대부분은 북한 선박의 입항제한과 무역 규제, 제3국 송금 억제, 현금유입 차단 등 '북한 돈줄 말리기'에 집중됐다.

◇ 유엔 결의안 '경제·금융 제재' 카드…원유제한은 중국 반대가능성에 불투명
유엔 안보리는 지난 6일 북한이 강행한 핵실험을 규탄하고 '중대한 추가 제재'를 담은 새로운 결의안 마련에 즉각 착수하기로 했다.

제재 결의안에는 북한의 돈줄을 말리기 위한 무역과 금융 제재 카드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마련 중인 대북 제재 초안에는 북한 선박이 전 세계 항구에 들어가는 것을 부분적으로 금지해 북한의 교역에 타격을 주는 조치가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이란 핵협상에서 효과를 본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수준의 금융 제재도 검토되고 있다.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정부, 기업, 은행 등을 제재하는 방식으로 북한의 숨통을 조인다는 것이다.

과거 안보리 결의에 따라 동결된 북한의 자산 대상과 대북 수출금지 품목(핵·미사일·화학무기 관련 품목 및 사치품)을 각각 확대하는 방안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

물론 원유 공급 차단이 북한을 압박할 가장 강력한 무기로 거론된다.

이는 북한이 소비하는 원유 거의 전량을 공급하는 중국의 결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북한 붕괴 가능성을 우려하는 중국은 원유 제한이 결의안에 포함될 경우 결의안 전체를 거부할 가능성이 커 실현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 미, 대북제재 강화입법 급물살…테러지원국 재지정 등
미국은 유엔 안보리의 제재 초안 마련을 주도하는 동시에 독자적인 응징을 위한 절차도 밟고 있다.

미국 의회에선 대북 제재를 실효적으로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재 미국 상·하원에는 4개의 대북 제재 강화법안이 계류 중이다.

4개 법안은 세컨더리 보이콧이나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조항 등을 담고 있다.

이들 법안은 초당적 조율을 거쳐 병합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 핵실험에 대한 규탄 여론이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태라 대북 문제에 그동안 강경한 태도를 보인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도 제재 강화법안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케빈 매카시(캘리포니아)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의 지시에 따라 이르면 이번 주 대북 제재 강화 법안 표결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안보리 차원의 제재가 나오고 나면 한국과 미국이 보조를 맞춘 양자 차원의 제재도 예상된다.

한국은 '선(先) 안보리 제재·후(後) 양자 차원 제재' 방침 아래 안보리 제재에 담기지 않은 조치는 한미 양국 차원에서 다루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한미 양국이 과거 '방코델타아시아(BDA) 방식'으로 북한 김정은의 돈줄을 마르게 하는 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중, 접경지역 밀무역 감시·통관 강화
중국도 독자적 대북제재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 사실을 발표한 당일 사전 통보받지 못했다며 격앙했다.

우선 눈에 띄는 변화로는 북한과 중국의 접경지역에서는 밀무역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북중 접경지역에서는 양국의 무역 상인들이 물품을 주고받는 행태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는데 핵실험 이후 국경수비대 감시가 심해지면서 사실상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관광 및 사무역의 거점인 단둥(丹東) 등지에서는 통관 절차도 강화되는 양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2013년 초 북한의 제3차 핵실험 때 중국이 자국민의 북한 단체관광을 잠정 중단시킨 것처럼 북한 여행을 제한하는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중국은 전통적인 우방 북한에 대한 제재를 '느슨하게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시진핑 시대' 들어 '엄격한 법집행'을 강조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통관검사, 금융 거래, 여행 등에서 제재 발표가 있을 것이란 관측 속에 대북 수출 금지 목록을 확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미국의 한반도 영향력 확대 등을 우려해 중국의 대북 제재가 북중 관계의 기본 틀을 훼손하고 북한 정권을 흔들 수준까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로 중국은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중국의 대북 접근법을 실패로 규정한 데 대해 "북핵 문제를 만든 건 우리가 아니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왕이(王毅)중국 외교부장은 "중국은 조선(북한)이 약속을 지키고 비핵화 약속(합의)으로 복귀하고 상황을 악화시키는 그 어떤 행동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동시에 다른 국가들도 냉정하게 행동해야 하며 평화적 해결이라는 큰 방향을 지키면서 모순을 격화하고 긴장 국면을 끌어올릴 수 있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일, 북한국적자 입국금지·현금송금 규제 강화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독자 제재 검토를 지시할 만큼 강경한 태도로 북한 압박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독자 제재는 인적 왕래와 금융·경제 등 크게 두 부문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일본인의 북한 방문 및 북한 국적자의 일본 입국 금지를 강화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현재 인도적 목적을 제외한 북한 선박의 입항을 허용하는 일본이 입항 금지 대상을 모든 북한 국적 선박으로 확대하는 것도 가능한 제재 방안이다.

대북 송금과 현금 반출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일본에서는 현재 3천만엔(약 3억382만원) 초과액을 북한에 보내거나 100만엔(1천12만원)이 넘는 현금을 갖고 북한에 입국할 경우 신고를 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2014년 5월 북한과 납치문제 해결 노력에 합의하면서 신고 기준액을 높인 바 있다.

현재 기준액을 이전 기준액(300만엔 초과 송금, 10만엔 초과 현금 소지)으로 다시 낮추거나 더 내리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베이징·서울연합뉴스) 조준형 이준삼 특파원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