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렬반대 세력 영향력 미미…"아베 지지층의 중심세력은 동요없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지지하는 일본 보수·우파 진영 내부에서 한일간 군위안부 합의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9일자 도쿄신문은 한일 합의에 대해 일부 우익 단체들이 극력 반발하고 있지만 우파 내부에서 아베 총리의 '브레인'에 해당하는 인사들과 아베 지지세력의 중추 단체들은 침묵하거나 어느 정도 평가를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28일 군위안부 합의가 도출된 이후 일본 총리 관저 앞에서 실로 오랜만에 우익들의 정부 비판 시위가 벌어지는 등 우파 진영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는 분명히 나오고 있다.

군위안부 합의 반대 운동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우파 정치단체 '감바레 닛폰(힘내라 일본)'은 8일 저녁에도 도쿄 총리 관저, 자민당 본부, 국회의원 회관 앞 등지에서 시위를 벌이며 합의 파기를 요구했다.

이 단체의 간사장인 미즈시마 사토루(水島總) 씨는 위안부 합의에 대해 "최하·최악의 바보짓"이라며 "선조의 명예와 자긍심에 상처를 낸 합의는 일본 국민의 이름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익 교과서 보급 운동을 벌여온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후지오카 노부카쓰(藤岡信勝) 부회장도 이번 합의에 대해 "국익에 반하는 행위로 일본 측이 잃은 것이 매우 크다"면서 "새역모는 각국에서 (군위안부 관련) 오해를 바로잡는 운동을 해왔는데 돌연 총을 맞은 듯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인터넷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네트 우익' 인사들은 그동안 줄곧 총리에 호의적이었지만 군위안부 합의가 나온 뒤부터 아베 총리의 페이스북 계정 등에 노골적이고 과격한 비판의 글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같은 우파 안에서도 아베 정권과 보다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속내는 복잡하다고 도쿄신문은 소개했다.

정부가 주관하는 전문가 모임인 남녀공동참여회의에 소속된 우익성향 학자 다카하시 시로(高橋史朗) 메이세이(明星)대 교수는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세계에 알릴 수 있었던 것은 큰 외교성과"라고 말했다.

또 아베의 '역사인식 브레인'으로 꼽히는 야기 히데쓰구(八木秀次) 일본교육재생기구 이사장은 "이번 합의는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대두와 북한의 핵위협과 관련해 일본과 미국, 미국과 한국의 동맹강화를 노리는 미국의 중개로 성사됐다"며 "아베 정권이 대국적 견지에서 합의해야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일본 우파 진영에서 최대의 영향력과 조직력을 가진 단체인 일본회의는 여태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파 진영 내부의 분열과 동요가 아베 정권에 대한 지지세에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다와라 요시후미(俵義文)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 21' 사무국장은 "합의에 명확하게 반대하는 쪽은 위안부 문제를 전부 부정해온 극우로서, 국민의 지지도 못받고 영향력도 없다"며 "총리 지지층의 중심인 일본회의의 아베 총리에 대한 지지는 흔들림이 없다"고 진단했다.

또 우익단체 잇수이카이(一水會)의 스즈키 구니오(鈴木邦男) 최고고문은 "숙원인 개헌을 하는데는 아베 총리 외에 인재가 없기에 결국은 (아베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