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강력 대처는 사태만 악화…예산확보 위해 머리 맞대야"

정부가 5일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시도교육감에 대해 검찰 고발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겠다고 경고하자 많은 진보성향의 시도교육감들은 "어불성설"이라며 반발했다.

일부 교육감은 검찰 고발은 사태만 악화시키는 만큼 예산확보를 위해 머리를 맞댈 것을 주문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시도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을 미편성하는 것은 엄연히 직무유기"라며 "감사원 감사 청구, 검찰 고발을 포함한 법적·행정적·재정적 수단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강력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인 장휘국 광주교육감은 "'시도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을 미편성하는 것은 직무유기'라는데 엄연히 말하면 기획재정부장관이 직무유기를 하는 것"이라며 "검찰 고발이나 감사를 청구하면 법률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초중등 교육을 위해 쓰게 되어 있지, 보육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다"며 "박근혜 대통령도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맞는다고 말씀하셨듯이 중앙 정부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정부가 누리과정 경비 해결에 노력은 하지 않고, 오히려 부총리까지 나서서 교육청을 겁박하는 행위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청연 인천시교육감도 "최 부총리의 발언은 교육자치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라며 "시도 교육감들이 보육대란을 막으려고 지속해서 대통령과 관계부처 장관, 정당 대표 등과의 대화를 요청했음에도 대처 방안이 감사원 감사와 검찰 고발 등으로 돌아온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기자간담회에서 "예산 확보를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하는 상황에서 서로 고발전을 펼치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면서 "머리를 맞대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누리과정은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국책사업으로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것은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라며 지방교육재정 교부율을 5%포인트 올리는 등의 항구적인 해법 마련을 촉구했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정부는 누리과정 제도가 대통령 공약사항이란 것을 외면하고 있다"며 "정부는 유아 교육과 보육은 물론 초·중등 교육이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대화와 타협의 장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정부가 대화 요구에는 묵묵부답이면서 으름장 놓기만 일방적으로 반복하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대통령, 여야대표, 관계장관은 시도교육감들의 대화 요구에 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검찰 고발 등이 이뤄지면 어린이집 누리과정이 누구의 책임인지 가려질 것으로 기대했다.

최악의 경우 교육청 소관이라는 법적 판단이 나오더라도 위법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고, 예산 배정의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고발이 이뤄지면 어린이집 누리과정이 교육부·교육청이 아니라 보건복지부·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의 책임이라는 점이 확인되고 이에 따라 예산도 복지부 등에서 세워야 한다는 점이 명확해질 것"이라며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인만큼 나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으로 이달부터 유치원 교육비와 어린이집 보육료가 끊길 위기에 처한 곳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 경기, 광주, 전남 등 4곳이다.

또 세종, 강원, 전북 등 3곳은 유치원 예산만 편성하고 어린이집 예산은 편성하지 않았다.

(전국종합=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