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열린우리당 탈당→2014년 새정치연합 창당→2016년 더민주 탈당
야권 통합신당 산파역 나설 듯…安신당 '창준위' 발족때 결합 유력
"계파 패권정치 틀에 주저앉을 수 없다"…문재인 대표에 대립각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의 공동창업주인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3일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한 새로운 정치질서 구축을 명분으로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대선을 앞두고 정권재창출 전망이 어둡던 2007년 2월 동료 의원 22명과 함께 열리우리당을 탈당해 정계개편을 시도한 바 있는 김 전 대표는 20대 총선을 4개월 가량 앞두고 또다시 야권의 지형재편을 위한 두 번째 탈당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김 전 대표의 탈당은 새정치연합 창업 파트너인 안철수 의원이 지난달 13일 탈당을 선언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고됐다.

김 전 대표는 당시 "야권통합을 위해 어렵사리 모셔온 안 의원을 막무가내 패권정치가 기어코 내몰고 말았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이후 야권 통합을 명분으로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탈당 배수진을 쳤지만 특단의 상황 변화가 없자 연말연초 사이에 주변 인사들에게 당을 떠나겠다는 입장을 전하며 탈당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대표의 행보를 크게 두 가지로 예상하고 있다.

우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흩어진 야권 세력을 하나로 뭉쳐내는 작업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작년 10월께 문 대표의 요청으로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의 통합을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당시는 안 의원이 탈당하기 전이었다.

김 전 대표 측은 "김 전 대표는 탈당하냐, 마냐가 아니라 야권의 혁신과 통합을 위해 어떤 선택이 도움이 되느냐는 관점에서 거취를 고민해왔다"며 "결국 당밖에서 통합의 산파역을 하는 것이 더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전 대표는 무소속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 개별적으로 신당을 추진중인 세력을 묶어내는 데 노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안 의원의 신당 창당을 위한 창당준비위원회가 발족하는 10일께 안 의원과 결합하는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탈당 선언문에서 안 의원이 작년 3월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당시 자신의 꿈이 패권세력에게 좌절당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지만 함께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약속했다는 점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이미 김한길계로 분류되는 탈당파 최재천 의원이 안 의원의 창당실무 준비를 위한 본부장에 거론되는 등 사실상 안 의원과 결합한 상태다.

이는 김 전 대표가 통합 논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야권의 신당 창당파를 묶어내면서 안 의원을 중심으로 한 야권의 '통합신당'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진다.

특히 김 전 대표가 더민주의 계파패권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는 점에서 문 대표로 대표되는 친노(친노무현), 주류 측과 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그는 탈당 선언문에서 "애오라지 계파이익에 집착하는 패권정치의 틀 속에 주저앉아 뻔한 패배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의 무서운 힘 앞에 저의 무력함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주류와 야권 주도권 확보를 위한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그는 "저는 우리 정치권에 창조적 파괴를 통한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고 말해왔다"며 "수명이 다한 양당 중심 정치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허물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 측은 "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참배 등 몇 개 일정을 소화한 뒤 안 전 대표와 만나 향후 행보에 대해 상의할 것"이라며 "창준위 발족 때는 합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가 던진 탈당 승부수의 성공 여부는 흩어져있는 야권 세력을 안 의원을 중심으로 얼마나 일사불란하게 통합할지에 달려있다는 평가가 많다.

야권의 '제 2신당'이 어느 정도나 국민적 지지를 받는지도 관건이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김 전 대표가 자기 희생 차원에서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