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공작교육 내부자료서 드러나…김정일 집권초기 대남공작 목표 등 소개

1990년대 북한의 대남 공작 목표와 실태를 보여주는 북한 내부 문서가 1일자 일본 도쿄신문을 통해 공개돼 주목된다.

이 문서는 북한이 청와대, 국정원, 육·해·공군 등을 공작원 침투대상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북한의 이런 계획이 실제로 시도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북한의 목표가 과감하고 상상을 뛰어넘는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이번에 공개된 것은 '김정일정치군사대학'에서 스파이 활동을 교육하기 위해 1997∼1998년 사이에 펴낸 '김정일주의 대외정보학'이라는 문서다.

금성(金星)정치군사대학의 후신으로, '130연락소'라고도 불리는 김정일정치군사대학은 대남 간첩, 전투원 등의 양성기관이다.

평양시 형제산구역에 위치한 4년제 교육기관으로 북한 혁명역사와 김일성 부자의 저작물 등 사상교육, 남한정세와 영어, 컴퓨터, 지형학 등의 교육, 사격ㆍ잠수훈련을 비롯한 각종 실전교육 등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7년 대한항공(KAL)기 폭파사건을 일으킨 김현희가 이 기관에서 교육을 받았다.

김정일 위원장이 1997년 10월 추대 형식으로 노동당 총비서에 올랐다는 점에서 1997∼1998년께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김정일주의 대외정보학'은 막 집권한 김 위원장의 대남 공작 목표와 전략 및 전술 등을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교육 자료인 만큼 그 내용대로 공작이 실제로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남 공작의 목표나 타깃 등을 분명히 적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작지 않아 보인다.

우선 문서에는 "적의 심장부에 정보 조직이 깊숙이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 등의 김 위원장의 지시가 소개돼 있다.

이 지시에 따라 해당 기관의 기존 직원을 포섭하거나 직접 잠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남한내 혁명과 통일을 앞당긴다는 목표가 문서에 적시됐다.

더불어 문서는 '정보원 침투 대상 기관'으로 대통령 비서실을 비롯한 행정부의 주요 기관, 합동참모본부와 육·해·공군 각 본부, 안기부(현 국정원) 등을 열거했다.

국가 운영과 국방의 핵심 기관을 상대로 한 과감한 공작을 목표로 설정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공작원 침투의 방법으로는 '직원 모집에 응모', '인간관계를 이용한 정실 채용', '인사담당자 매수' 등을 거론하면서 "취업 문제도 관계자들을 매수하면 비교적 쉽게 해결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돈으로 매수해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있다는 인식은 극단적인 북한 수뇌부의 대남관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