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국회 상임위 중심주의…심의 기능 '마비'
여야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상임위원회 중심 국회’를 내세웠다. 법안심사 때 상임위의 전문성을 살려 정략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실상은 다르다. 여야 간 이견이 첨예한 법안은 당 지도부에 넘겨 주고받기식 타협 대상으로 삼는 것은 예삿일이 됐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최근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심의를 중도 포기하고 여야 지도부에 넘겼다.

여야 지도부는 여당이 추진하는 원샷법, 서비스산업발전법, 노동개혁 법안과 야당이 내세우는 사회적경제기본법, 대중소기업상생협력법을 빅딜 대상에 올려놓았다. 여기에 선거구획정안까지 함께 묶이면서 협상은 복잡해졌다.

이렇게 법안 ‘끼워팔기’ 등이 일상화되면서 해당 상임위 법안심사는 헛바퀴만 돌기 일쑤다. 각 상임위는 심사 일정도 잡지 않고 협상 결과만 기다리는 ‘들러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하루아침에 파기되는가 하면 심사도 하지 않은 법안이 ‘끼워넣기’ 거래를 통해 본회의에 상정되기도 했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한 국제의료사업지원법, 관광진흥법, 대리점거래공정화법(일명 남양유업법) 등이 서로 연계된 뒤에야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산업통상자원위 여당 간사인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은 “당의 이익만 생각해 법안을 논의하다 보니 법안 심의를 해야 할 상임위는 거수기로 전락했다”며 “법안 논의의 중심을 당 지도부에서 상임위로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