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기업활력법 때 놓치면 대량실업"…정치권발 위기론 제기
박근혜 대통령(사진)은 14일 국회에 계류 중인 기업활력제고법과 관련, “공급 과잉으로 침체에 빠진 업종을 사전에 구조조정하지 않으면 업종 전체적으로 큰 위기에 빠져 대량 실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기업활력제고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세계적인 공급 과잉과 수요 감소를 겪고 있는 우리 주력 산업이 사활을 건 선제 사업 재편을 통해 핵심 역량에 집중하고 유망 신산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며 “기업활력제고법은 이것을 신속하게 지원하고자 하는 법이며 대량 해고를 막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루속히 통과시켜 선제 구조조정의 타이밍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대량 실업이 발생한 뒤에 백약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대량 실업(해고) 등 위기감이 녹아 있는 표현을 쓰며 정치권을 압박한 것은 ‘정치발(發) 경제 위기론’을 제기한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말했다.

노동개혁 5개 법안과 경제활성화법안 등의 국회 처리 지연이 대내외 여건 악화와 맞물려 국가적인 경제위기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올해 경상 성장률이 4년 만에 5%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내년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박 대통령은 “추가경정예산과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가 올해 말로 종료되면서 내년 초반에 일시적인 내수정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내년 상반기 총선으로 기업투자 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대외적으로 미국의 금리인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이고, 중국 등 신흥국 경제 둔화가 지속되면서 수출 여건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경기 회복 흐름이 내년에도 지속되도록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정치발 경제위기론을 꺼내든 것은 핵심법안 처리 지연이 국회의장의 법안 직권상정 요건 가운데 하나인 ‘국가 비상사태’에 해당한다는 점을 에둘러 강조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종료됐지만 안타깝게도 국회의 국민을 위한 정치는 실종됐다”며 “국회가 경제활성화법안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국민의 삶과 동떨어진 내부 문제에만 매몰되는 것은 국민과 민생을 외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