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견장 향하던 차안서 安, 文에 콜백 오전 10시15분부터 마지막 통화
文 "전대 포함, 만나서 논의하자", 安 "혁신전대 수용부터 공표하라" '평행선'
긴박했던 1박2일, 넘지 못한 불신의 벽…"'兩金의 분열'에 견줄만"


"통합전당대회든 혁신전대 등 만나서 이야기하자"(문재인 대표), "혁신전대를 받겠다는 대국민 약속부터 선언해달라"(안철수 전 공동대표)
13시 오전 10시 15분부터 13분가량 헛바퀴처럼 이어진 '전화담판'은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 같았던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최종적 결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풍전등화에 놓인 야권의 운명을 머리 위에 인 채 혁신전대 개최 문제로 위험한 핑퐁게임을 벌여온 두 사람은 결국 얼굴 한번 맞대지 못하고 등을 돌렸고, 총선이라는 외나무다리 위에서 만나게 됐다.

안 전 대표의 탈당이 지난 11일 저녁 기정사실화된 뒤 안 전 대표의 기자회견이 예정된 이날 오전 11시까지 안 전 대표의 탈당을 막기 위한 새정치연합 안팎의 움직임이 긴박하게 전개됐지만, 이미 방향을 튼 물줄기를 돌리진 못했다.

2012년 대선 후보단일화 때부터 또아리를 틀기 시작한 불신의 벽을 끝내 넘지 못한 게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심야회동은 불발된 채 전화통화로 이견 확인 = 안 전 대표의 '거사' D-데이인 13일 오전까지도 중진그룹 등 당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극적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낱 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전날 특사단으로 파견된 박 의원 등이 문 대표가 혁신전대를 수용한다고 선언한 뒤 혁신전대에서 문·안을 공동대표로 합의추대하는 형태의 절충안을 마지막 카드로 마련, 조율에 나서면서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8시30분 구기동 자택으로 찾아온 박 의원에게 "통합전대가 됐든 혁신전대가 됐든 전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선 뒤 "전대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

만나서 모든 것을 풀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이러한 메시지를 들고 9시15분께 안 전 대표의 노원구 자택 쪽으로 출발한 박 의원은 안 전 대표가 이미 9시40분께 국회를 향해 자택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유턴해야 했다.

안 전 대표는 박 의원과의 전화통화에서 "말씀은 잘 알겠다.

문 대표와 직접 전화를 하겠다"고 알렸다고 한다.

이 사이 문 대표가 안 전 대표에게 두 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다가 10시15분께 안 전 대표의 '콜백'이 울리면서 13분간 전화담판이 시작됐다.

문 대표는 박 의원에게 전한대로 "만나서 전대를 포함한 모든 걸 의논하자. 통합전대든, 단합을 과시하든 전대든, 혁신을 추인하는 전대든 다 논의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고 문 대표측이 전했다.

반면 안 전 대표는 "혁신전대부터 선언하시라"면서 "혁신전대는 대국민 약속이었다.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이를 천명하지 않는다면 만날 의미가 없다"고 거듭 요구하면서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문 대표는 "안 전 대표가 시종일관 '혁신전대를 수용해라. 혁신전대를 포함한 모든 것을 수용하겠다는 것을 일단 사전에 공표해라. 그래야 만날 수 있다'고 해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는 취지로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설명했다고 김성수 대변인이 간담회에서 전했다.

김 대변인은 "문 대표는 전대라는 건 열어놓고 만나서 어떤 전대가 될지 구체적으로 논의하자고 한 것이고, 안 전 대표는 혁신전대라는 걸 먼저 밝히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安, 회견직전 측근들에 탈당 사실 고지…회견문 직접 집필 = 안 전 대표는 문 대표와의 '최종 결별'을 확인한 뒤 일부 측근들에게 전화해 탈당 기자회견 사실을 알렸으며, 국회 주차장에서 잠시 머문 뒤 회견시간에 맞춰 국회 정론관으로 향했다.

기자회견문은 직접 쓴 것으로 알려졌으며, "안에서 도저히 안 된다면 밖에서라도 강한 충격으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등 상당수의 기자회견 발언은 이날 새벽 중진들과의 심야 자택회동에서 쏟아낸 표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안 전 대표는 13일 0시께 찾아온 박병석, 원혜영, 노웅래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도 문 대표가 자신의 혁신안 및 혁신전대 제안을 '묵살'했다는데 격앙된 모습을 감추지 못한 채 "혁신전대에 대한 분명한 대답을 공개적으로 하지 않으면 믿을 수도 없고 만남이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가) 대답하고도 속이고 또 속이니까…"라며 강한 불신도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0시58분께 달려온 문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하면서 안 전 대표가 든 이유 도 "서로 믿을 수가 없는데 어떻게 만나냐"는 것이었다.

결국 40분간 '문전박대'를 당하다 '빈손'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던 문 대표에게 안 전 대표가 문을 열고 건넨 짧은 악수의 장면이 안 전 대표의 '문안박 지도부' 구성 제안 거절 기자회견 하루전인 지난달 28일 양자 회동 이후 이뤄진 처음이자 마지막 '대면'이었다.

김 대변인은 "안 전 대표가 통상 본인이 허락하지 않는 자택방문을 평소에 내켜하지 않아 문 대표는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갈 생각이 없었는데 먼저 가 있던 의원들이 설득하겠다고 해서 간 것"이라며 "가봤더니 동의를 못 구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동 불발을 놓고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국민통합 21 정몽준 대표를 설득하기 위해 평창동 자택으로 방문했다 문전박대 당한 일과 오버랩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安 칩거 일주일간 의미있는 양측 대화는 없어 = 양측은 안 전 대표가 지난 6일 혁신전대를 거듭 요구하는 최후통첩과 함께 칩거에 들어간 이후 지난 일주일간 의미있는 물밑 대화를 이어오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 의원들과 중진 모임, 통합행동 등이 중재안을 쏟아내며 '다리'를 놓기 위한 노력을 펼쳤지만, 깊어질 대로 깊게 패인 앙금을 해소하기는 무망했다는 후문이다.

문 대표측은 안 전 대표의 탈당이 기정사실화된 지난 11일 저녁 이후에서야 안 전 대표측에 만남을 요청하며 급하게 돌아갔다.

최재성 본부장이 이날 중진모임의 중재안에 대해 문제를 삼은 것이 자칫 안 전 대표와의 정면대결로 비쳐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에 대해서도 진의를 안 전 대표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내에서는 초선 의원으로서 정치력 부재 논란에 휩싸여 '양초(兩初)의 난'으로 까지 불렸던 두 사람의 정면충돌이 야권 전체의 '초가삼간'을 불태우는 '비극'을 초래한 상황을 두고 87년 '양김(兩金·김대중-김영삼) 의 분열'에 빗대어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날 새벽 안 전 대표를 면담했던 노웅래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 전체가 공멸할 수 있는 상황인데 서로 접점찾기를 위해 진행된 게 없더라"며 "둘이 만나지도 못한 채 야권이 이렇게 분열됐다는 게 두고두고 천추의 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류지복 서혜림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