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제1차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 1차 전체회의가 열렸다. 남측 수석대표인 황부기 통일부 차관과 북측 수석대표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이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11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제1차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 1차 전체회의가 열렸다. 남측 수석대표인 황부기 통일부 차관과 북측 수석대표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이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개성서 1박2일 이례적 '숙박회담'…대화 모멘텀 이어가려는 의지

11~12일 개성에서 열린 제1차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에서 양측 대표단은 현지에서 숙박까지 해가며 합의점을 모색했으나 결국 견해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졌다.

이번 회담은 보기 드물 정도로 처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황부기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남측 대표단은 11일 오전 9시 53분(평양시간 오전 9시 23분) 회담 장소인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 도착했다.

미리 나와 있던 북측 대표단은 "반갑습니다"라며 남측 대표단과 악수를 했고, 양측은 각자 대기실로 발길을 옮겼다.

북측 대표 중 한 명인 황철 조평통 서기국 부장은 연락관 2명과 함께 북측 남북출입사무소(CIQ)까지 우리 대표단을 맞으러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오전 10시 40분께 시작된 첫 전체회의에서도 양측 수석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우리가 첫 길을 잘 내어서 통일로 가는 큰 길을 열자", "좋습니다.

우리가 장벽을 허물어 곬(골)을 메우고 길을 열고 대통로를 열어 나갑시다"라며 밝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양측 수석대표의 기조발언과 함께 회담이 본론에 들어가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냉각됐다.

남측은 전면 생사확인·서신교환 등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 환경·민생·문화 등 3대 통로 개설 등과 함께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선 핵문제가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북측은 "핵문제와 인권 문제에 대한 언급은 대화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남측이 신중했으면 좋겠다"고 맞받았다.

그러나 가장 큰 장벽은 역시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였다.

북측이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가 선결되지 않으면 이산가족 등 다른 사안을 논의할 수 없다며 일절 협의에 호응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황 차관은 12일 회담 종료 직후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가진 언론브리핑에서 "북한이 관광 재개에 대한 합의문을 먼저 넣자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실질적인 협상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전했다.

교착 상태에 빠진 양측은 첫 전체회의후 7시간이 넘도록 전략회의 등을 가진 뒤 11일 저녁 두 차례의 수석대표 접촉을 통해 접점을 찾으려 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애초 하루였던 일정을 1박 2일로 연장했다.

밤샘 회담이나 출퇴근 대신 현지에서 숙박하며 회담을 이어가는 것은 과거에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으로, 양측 모두 대화 모멘텀을 이어가려는 의지가 있다는 해석을 낳았다.

하지만 양측 수석대표는 12일 오전 10시 40분과 오후 3시 30분 두 차례에 걸쳐 접촉을 갖고도 끝내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북측은 결국 이날 오후 6시 20분께 수석대표 접촉을 요구한 뒤 "남측이 금강산 재개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 같다"면서 "더 이상 회담을 할 필요가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북측 대표단은 오후 8시 전후 우리 측보다 먼저 회담장이 있는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개성연합뉴스) 공동취재단 황철환 기자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