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째 칩거 安, 탈당 결심 굳혀…13일 입장 발표
전대 열어둔 중진案에 'No'한 文, 막판 결단할까
安 탈당시 '새정치연합' 대 '안철수 신당' 재편 가능성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11일 탈당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문재인 대표와의 극적인 화해를 통한 당 내홍 봉합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오히려 내년 총선을 앞둔 야권의 분열이 현실화하면서 '안철수발(發) 야권 빅뱅'이 가시권에 접어들고 있다.

탈당 배수진을 친 안 전 대표와 '마이웨이'도 불사하겠다는 문 대표 간 '치킨게임'이 결국 분당의 수순으로 내몰리는 양상이다.

전날 수도권 의원에 이어 이날 중진 의원들까지 새로운 중재안을 제시하며 파국을 막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양측의 접점을 찾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오히려 감정의 골만 깊어진 형국이다.

중진 의원 15명은 이날 문·안(문재인·안철수)이 협력하는 가운데 비대위를 조속히 구성하고, 비대위가 전당대회 개최 문제를 협의해 결정토록 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발표했다.

안 전 대표의 혁신 전대 개최 주장을 부분적으로 수용한 안이지만, 혁신 전대가 분열의 전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거부 입장을 밝힌 문 대표의 생각과는 배치되는 안이다.

당연히 문 대표는 반발했다.

그는 "어제 수도권 의원들의 제안에 대해 심사숙고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밖의 또다른 의견에 일일히 따로 의견을 밝힐 필요는 없다"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자신이 사퇴하되 '문·안'이 공동으로 비대위를 꾸려 새 지도부를 출범시키자는 수도권 의원들의 전날 중재안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전대 개최 가능성까지 열어둔 중진안은 도저히 수용할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안 전 대표는 탈당 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를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는 지난 6일 '마지막 제안'이라는 조건을 달아 혁신 전대 수용을 재차 촉구했지만 문 대표가 이를 다시 거부하면서 달리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다.

그는 칩거 이후 각종 중재안에 대해 아무런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안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의원은 "안 전 대표의 선택지는 백의종군과 탈당 두 가지밖에 없다"며 "백의종군은 현실적으로 선택지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가 탈당 결심을 굳힌 데는 문 대표가 전대 가능성을 열어둔 중진의 제안을 단번에 거부하고 문 대표 측 최재성 총무본부장이 당 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중진안을 비판한 것이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는 말도 나온다.

다만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12일 담판 회동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있어 극적인 타결의 가능성도 남아있다.

그러나 안 전 대표가 혁신 전대를 고수하는 상황에서 문 대표가 혁신 전대 수용이나 대표직 사퇴와 같은 전격적인 결단을 하지 않는다면 타협의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안 전 대표가 탈당을 결행하면 야권 분열이 현실화하면서 야권은 '안철수발 정계 개편'의 회오리에 빠져들 전망이다.

당내 비주류와 호남을 중심으로 한 탈당 도미노가 빚어지면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의 균열은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문병호 의원은 "안 전 대표가 탈당하면 1차로 10여명이 탈당하고 2차, 3차까지 하면 30여명이 탈당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원내 교섭단체 구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야권은 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새정치연합과 안 전 대표를 기치로 한 '안철수 신당'으로 양분될 공산이 크다.

특히 무소속 천정배·박주선 의원과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각각 신당 창당을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안 전 대표가 적절한 시점에 이들과 손을 잡으며 몸집을 불릴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다만 안 전 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신당에 바로 합류할 경우 이른바 '호남 자민련'이라는 틀에 종속될 수 있는 만큼 제3지대에서 자체적인 동력을 확보하고 전국정당으로서 외연을 넓히는 작업을 진행한 뒤 통합의 수순을 밟지 않겠냐는 전망이 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조성흠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