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만 잡는 야당] "정부 망가져야 선거 이긴다"…국익·민생엔 '모르쇠 새정치연합'
“하지 맙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은 정기국회 종료를 하루 앞둔 지난 8일 야당 간사인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과잉 공급 업종에서 기업의 사업 재편을 돕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 일정을 협의하려 했지만 “하지 말자”는 싸늘한 답이 돌아왔다. 이 의원이 “여야 원내대표가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기로 합의했는데 논의는 해봐야 하지 않느냐”고 했지만 홍 의원은 “그 사람(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은 탄핵당해야 할 사람”이라고 일축했다. 결국 원샷법은 정기국회 통과가 불발됐다.

◆민생 법안 장기 표류

[발목만 잡는 야당] "정부 망가져야 선거 이긴다"…국익·민생엔 '모르쇠 새정치연합'
원샷법은 한 사례에 불과하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경제·민생 관련 법안이 야당의 반대에 막혀 장기 표류하는 일이 19대 국회 내내 되풀이되고 있다. 국회에 넘어온 법안이 1~2년 넘게 상임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는 것은 예삿일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후 30개 법안을 경제활성화법으로 내세우며 국회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 중 10일까지 25개가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들 법안의 국회 통과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한국경제신문이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분석한 결과 25개 경제활성화 법안이 발의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평균 531일(1년6개월)이 걸렸다.

1년 이내 처리된 법안은 연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해 3년간 비과세하는 소득세법 개정안(138일)과 임차인이 내는 월세에 대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138일) 등 9개뿐이다. 학교 주변 호텔 건립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가장 긴 1150일이 걸린 것을 비롯해 8개 법안이 2년 넘게 국회에 머물렀다.

◆일단 반대한 뒤 법안 주고받기

야당은 국회선진화법을 무기로 휘둘렀다. 19대 국회 들어 시행된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의장이 천재지변이나 국가 비상사태가 일어났을 때 외에는 여야 합의 없이 법안을 직권상정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법안은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해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직권상정할 수 있지만, 재적 의원의 60% 이상이 동의하지 않으면 신속처리 안건 지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새정치연합은 이런 상황을 활용해 새누리당이 주요 법안을 추진할 때마다 ‘연계 처리’ 카드를 들고 나왔다. 여당 중점 법안에 일단 반대부터 한 뒤 주고받기를 위한 협상카드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

국회를 ‘개점 휴업’ 상태에 빠뜨린 것도 여러 차례다. 새정치연합은 지난해 8월 세월호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여·야·유가족 3자 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하며 장외로 나가 36일 만에 돌아왔다.

새정치연합이 정부·여당의 발목 잡기를 반복하는 배경에는 경제가 악화되면 내년 4월 총선에서 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정치권에선 보고 있다. 계파 싸움에 치중하느라 나랏일은 뒷전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지난 9일 정기국회 마지막 날 경제활성화법 처리를 위한 협상에 집중하기보다 문재인 대표 퇴진 문제를 두고 종일 자중지란을 벌였다. 원내대표와 정책위원회 의장이 대표를 공격하면서 여당과의 협상에도 제대로 나서지 않았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