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군사 용역업체 12곳
중동·아프리카 등 분쟁지역 파견
'파리 테러' 이후 인력 수요 급증

10명 모집에 440명 몰리기도
체력측정·총기시험 등 거쳐야
영어 미숙한 한국용병은 불이익
[해외 용병 떠나는 청년들] 현장경력 4~5년에 영어 되면 억대 연봉…군특수부대·경호학과 출신들 대거 몰려

“신입 팀원은 연 3만~4만달러, 4~5년차 팀장급은 8만달러 정도를 받습니다. 국내에서 2년짜리 비정규직으로 일하느니 좀 위험하더라도 큰돈을 벌 생각으로 지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트라이셀 용병 박모씨)

군사 용역업체에 소속된 ‘용병’들은 바다 위 무장 해적이나 육지의 테러범들과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 총격이 빈번하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일도 많지만 취업난에 시달리는 한국 청년들은 이런 위험을 불사한다. 이라크에 신도시를 건설하고 있는 한화건설이 몇 년 전 보안 요원을 채용할 당시엔 30명 모집에 지원자가 300명 이상 몰렸다. 박씨는 “영국 등 해외 용병업체는 10만달러 이상의 연봉도 받을 수 있다”며 “국내 업체에서 경력을 쌓은 뒤 해외 군사기업으로 옮겨가려는 군 출신도 많다”고 말했다.

한국 청년들 인기 높아

2008년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 국내 군사 용역업체는 작전명 ‘아덴만의 여명’으로 유명한 2011년 삼호주얼리호 피랍사건 이후 전성기를 맞았다. 인도양 북부 아라비아해 인근에서 삼호주얼리호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되고 석해균 선장이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선원들을 구한 사건으로, 해외에서 일하는 국민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해외 용병 떠나는 청년들] 현장경력 4~5년에 영어 되면 억대 연봉…군특수부대·경호학과 출신들 대거 몰려

소말리아 지역에 파견된 군사 용역업체의 주 임무는 해적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인도양~아덴만~홍해를 오가는 민간 선박에 탑승해 그들의 공격을 격퇴하는 것이다. 한 번 배를 타면 3~4명의 팀원이 통상 보름 이상 무장상태로 일을 한다. 육상 경호는 테러가 자주 일어나는 이라크,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공장이나 건설 현장에서 주재원을 보호하는 것이 주 역할이다. 보통 6개월~1년 중 2~3회의 휴가 기간을 제외하고 해외에서 근무한다. 한화가 이라크에 자체적으로 꾸린 보안사업단은 민간군사기업이 많은 영국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들과 한국의 특전사 및 해병대 출신 13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엔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등의 무차별적인 테러 시도로 군사 용역업체에 대한 수요가 다시 늘고 있다. 네팔·인도인을 포함해 300명가량의 현장 요원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최대 군사용역업체 쉴드컨설팅의 김태윤 전무는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일을 꺼리는 일본은 용병 고용에 애를 먹어 한국 업체를 많이 찾는다”며 “해외 고객 비중이 50% 이상”이라고 말했다.

고된 업무에 중도 포기도 많아

지원자 중에는 5~10년 정도 장기 복무한 제대 군인과 대학 경호학과 출신이 많다. 대테러 담당 국가정보원 요원이 설립한 트라이셀의 김승혁 대표는 “한국군에서 특수 훈련을 받은 청년들은 약간의 외국어 능력만 있으면 전 세계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 해외 진출에 용이하다”며 “최근엔 이라크나 동티모르 등 해외 파병 경험자 중 ‘용병도 한번 해볼 만하다’고 판단해 군을 떠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군사용역업체에 입사하려면 3~4회의 면접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체력측정, 모의 총기 시험, 영어 인터뷰 등의 실기 시험도 거쳐야 한다. 군이나 경찰 출신이 아니면 총기를 다루는 능력이 떨어져 대부분 실기 시험에서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간신히 입사 시험을 통과해도 근무 강도가 높아 중도에 포기하는 인원이 20% 이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방부가 한국국방발전연구원에 의뢰한 ‘전역군인 적합일자리 및 취업체계 구축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10년 이상 장기복무한 제대 군인 1만92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평균 취업률(2008~2012년)은 52.4%였다. 선진국의 94%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역 후 취업이 힘들어지면서 국내 최대 군사용역업체 쉴드컨설팅이 지난해 군 관련 잡지와 취업사이트 등을 통해 구인공고를 내자 10명 모집에 군 출신 등이 440명이나 몰리기도 했다.

영어 못하면 불이익당해

일각에선 해외 용병 지원이 늘어나는 데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용병이 하는 업무와 역할에 대한 충분한 인지가 없는 상태에서 보수만 쳐다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 김 전무는 “보안요원은 해적을 발견해도 선제 공격을 할 수 없고 우선 선원들의 안전한 대피를 책임져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부상을 입거나 생명의 위협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국내 군사용역업체의 규모는 미국 영국 등의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영세한 수준이고 외국어 교육능력도 체계적이지 않은 편이다. 영어가 미숙한 국내 용병들은 같은 일을 하더라도 다른 외국인 용병에 비해 연간 2만~3만달러를 덜 받는 불이익을 당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보안업체에서 일하려면 탄탄한 신체와 함께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우섭/이현진 기자 duter@hank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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