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은 북핵·인권, 김정은은 평화협정 의제로 꺼낼 듯"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에 대한 논의가 진행중인 것으로 유엔이 19일 공식 확인함에 따라 반 총장이 방북하게 될 경우 북측과 논의할 의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반 총장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만나면 북핵, 인권,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논의가 오갈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또 반 총장의 방북이 북핵에 대한 북한의 새로운 태도를 이끌어 내고 남북관계 개선에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했다.

다음은 반 총장과 김 제1위원장간 만남이 뤄질 경우 나올 수 있는 의제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반 총장은 김 제1위원장을 만나게 되면 북핵, 인권,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평화안정 문제에 대한 국제 사회의 우려를 전달할 것으로 본다.

김 제1위원장은 한반도의 비핵화가 안 되는 것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원인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적대정책이 척결돼야 하고 평화협정 체결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또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북한에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주장하고, 한반도 평화 안정에 대해서는 주한미군과 한미연합군사훈련, 대북전단 살포 등을 거론하며 '한반도 긴장의 책임이 남한에 있다'고 할 것이다.

더욱이 김 제1위원장은 지금껏 한 번도 주요국의 수장과 대화한 전례가 없다.

이번 만남에서 김 제1위원장이 자신감을 얻는다면 중국을 방문해 북중 정상회담을 가진 뒤 내년 8월께 남북 정상회담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북한이 내년 5월 계획한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한반도 평화 안정을 위해 북한의 개혁개방 정책이 나오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주변국들은 반 총장의 방북을 충분히 활용해 여건과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다만 반 총장이 유엔 수장 자격으로 방북하게 되기 때문에 합의서 도출은 어렵고 공동보도문 정도는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반 총장의 방북이 이뤄지면 이는 유엔 총장이 북한 최고 지도자에게 국제 사회의 여론을 직접 전달하고 북한의 입장을 듣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 국제 환경과 여건이 특별히 변하지 않는 한 향후 6개월은 남북대화 국면이 진전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정은 제1위원장은 반기문 총장에게 유엔이 공정성을 지닌 국제적인 평화 기구가 돼야 한다고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 대북 제재, 인권 문제 등 북한 제재와 압박에 앞장선 유엔에 대해 항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북한이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평화 협정 체결을 위해 반 총장을 북미 간 메신저 역할로 활용하려 할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추가적인 핵개발 유예나 중단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북한은 지금 '병진노선'이 한계에 와 있는 상황인 데다 내년 5월 7차 당 대회를 축제 분위기 속에서 치러야 하기 때문에 반 총장의 방북을 김 제1위원장의 대외적인 위상을 높이면서 국제적인 고립을 탈피하는 계기로 삼으려 할 것이다.

반 총장은 김 제1위원장을 만나면 기본적으로 북한에 비핵화와 인권문제를 이야기할 것이다.

그러면서 유니세프나 국제식량계획 등 북한에 있는 유엔 기구들의 사업 확대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김정은 제1위원장이 국제 사회의 이목을 끌면서 북한의 이야기를 전할 창구로 반기문 총장을 염두에 둔 듯하다.

특히 북한은 '대북 적대시 정책을 펴는 미국이 체제를 붕괴시키려고 하는데 핵개발을 안 할 수 없다'며 핵 포기에 대한 미국의 상응하는 조처를 주문할 것이다.

김 제1위원장은 6자회담 재개 등의 조건을 달아 핵과 미사일 모라토리엄을 카드로 꺼낼 수 있을 것이다.

또 신년사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남한이 성의를 보이면 박근혜 대통령과 언제든 만날 용의가 있다'고 할 수도 있다.

반 총장이 이 정도를 북한에 받고 나오면 (방북에 대한) 모양새는 갖출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유엔 사무총장이 표결권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북한이 (반 총장의 방북을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논의에 영향을 끼치려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서울연합뉴스) 김영만 임은진 이상현 기자 eng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