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사전조율설에 "전혀 몰라…방북은 유엔과 北이 조율할 일"
EAS 前까지 방북 일정 확정되면 대북메시지 조율할 수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조만간 방북할 것이란 언론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청와대는 반 총장의 방북 가능성과 관련해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신중한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16일 연합뉴스의 첫 반 총장 방북 보도가 나온 순간부터 현재까지 "전혀 모르는 사항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

중국 신화통신이 18일 반 총장이 23일부터 약 나흘 일정으로 북한 평양을 방문한다고 보도했을 때에도 청와대는 "전혀 들은 바 없다.

우리로선 확인할 수 없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유엔이 반 총장의 방북 일정을 공식적으로 발표해야지만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방북 관련 보도만으론 뭐라고 얘기할 수가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 총장 방북 문제에 대해 청와대가 이처럼 신중한 기조로 거리두기를 하는 것에는 '반 총장 방북'이라는 대형 사건이 가져다 줄 국제정치적 파장과 함의가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방북 자체가 지니는 상징성을 넘어 남북 관계를 비롯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공조, 북미 관계 등 여러 측면에서 고려할 요소가 많은 만큼 청와대로서는 신중한 태도로 반 총장 방북의 실제 성사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반 총장의 방북 이벤트를 대내외 체제 선전용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유엔과 북한간 직접 조율을 통해 방북이 추진된다 하더라도 북한이 막판에 태도를 바꿀 경우 성사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도 청와대의 신중론에 더욱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반 총장 방북이 적절한 타이밍에 이뤄지는 지도 지켜봐야 할 포인트 중의 하나"라며 "반 총장이 실제로 평양 땅을 밟기 전까지는 누구도 방북 성사 여부를 장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5월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 허가를 직전에 취소하는 등 공식 확정된 일정도 뒤집는 경우가 많았다.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8.25 남북합의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당국 회담을 거듭 촉구했음에도 북한이 '무반응'으로 일관했고, 그런 상황에서 반 총장 방북 보도가 나왔다는 점도 북한의 의도라는 면에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외교가에서는 반 총장측이 방북 문제와 관련해 긴밀하게 정부측과 사전 협의를 했다는 얘기도 흘러 나오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유엔-정부간 사전조율설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일이다.

방북 문제는 순전히 유엔측이 북한과 조율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이 21∼22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나란히 참석함에 따라 두 사람간 만남이 이뤄질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은 21일 EAS 갈라 만찬(21일), 22일 정상회의 및 정상 오찬 등의 일정을 함께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현재까지 박 대통령은 EAS에서 반 총장과 별도로 회동할 일정은 없는 상태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18일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이 별도로 만나는 일정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반 총장의 방북이 유엔을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으면 현재까지의 청와대 스탠스로 비춰볼 때 박 대통령과 반 총장간 의미있는 만남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반 총장의 방북 일정이 EAS 전까지 확정될 경우 북한 문제 핵심 당사국의 수장인 박 대통령과 우리나라 출신의 유엔 수장인 반 총장이 어떤 식으로든 EAS를 계기로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은 반 총장에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로 상징되는 대북 구상 등 북한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마닐라·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김효정 기자 sol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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