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 투자허용 北기업 공개… '기업 공개세일' 첫 시도
관광지·산업구 개발 등 7개 분야 세부계획…MICE 산업 육성도
북한 전문가 "놀랄만한 내용"… "본격적인 개방실험 나선 듯"

북한은 중앙급 경제특구인 나선(나진·선봉) 경제무역지대(나선경제특구)에서 활동할 북한 기업들에 대한 외국자본의 투자를 허용하기로 하고, 외국자본의 투자가 가능한 북한기업과 관련 사업의 이름을 공개했다.

아울러 북한은 나선경제특구를 마이스(MICE, 기업회의·인센티브관광·국제회의·전시사업) 산업의 중심지로 육성하기로 하는 등 '나선경제무역지대 종합개발 계획'을 확정해 강도 높게 추진하기로 했다.

북한은 18일 대외 선전용 웹사이트인 '내나라'에 50여개의 나선경제무역지대 투자 관련 법규를 게재하면서 ▲관광지 개발대상 ▲산업구 개발대상 ▲국내기업 투자대상 ▲투자항목 ▲세금정책 ▲투자정책 ▲기업창설 절차 등 7개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했다.

북한이 나선경제특구와 관련해 투자정책과 세금 등 일부 규정을 발표한 적은 있지만, 관광과 물류 등을 망라한 종합적인 개발계획을 확정해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선경제무역지대 종합개발 계획'에 따르면 북한은 나선경제특구내 신해국제회의구와 비파섬생태관광구, 해상금관광지구, 창진동식물원, 갈음단해수욕장, 웅상해양체육관광지 등 10곳을 관광지로 개발하기로 했다.

경제무역지대에 신해국제회의구 등 관광지 개발 계획이 들어간 것은 나선경제특구를 경제와 무역을 뛰어넘는 MICE 산업의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구 개발대상은 나진항물류산업구, 신흥경공업구, 안화·동명개발구, 안주국제상업구, 관곡공업구 등 9곳이다.

특히 나진항물류산업구는 남한과 북한, 러시아 3개국 간의 물류 협력 사업으로 우리 정부가 공을 들이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와도 관련이 있어 관심을 끈다.

이와 함께 북한 당국은 북한의 8개 기업 또는 프로젝트에 대해 합작 또는 합영의 형태로 해외투자를 받는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나선종합식료공장, 나진영예군인일용품공장, 나진음료공장, 선봉온실농장, 선봉피복공장, 나선영선종합가공공장, 남산호텔개건확장, 남산호텔광장재건 등이다.

이처럼 북한이 외국자본에 문호를 개방할 기업의 명단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은 자국 기업에 대한 사실상의 '공개 세일'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나아가 나선경제특구에서 활동할 외국 자본에 대해 자유로운 경영 활동과 이윤 보장 등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의 핵심 요소를 적용하기로 한 것은 나선경제특구를 '일국양제'(一國兩制·한나라 두 체제)의 홍콩식 모델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임과 동시에 본격적인 '개방 실험'에 나섰음을 대외적으로 알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투자정책 분야에서 ▲투자자는 경제무역지대에 들여왔던 재산과 지대에서 합법적으로 취득한 재산을 제한 없이 경제무역지대 밖으로 내갈 수 있으며 ▲경제무역지대에서 기업은 경영 및 관리질서와 생산계획, 판매계획, 재정계획을 세울 권리, 채용, 생활비 기준과 지불 형식, 생산물의 가격, 이윤의 분배방안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했다.

이는 외국의 투자자들에게 소득의 제한 없는 송금을 보장하고 독자적인 경영을 인정하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아울러 북한은 나선경제특구내 세금을 거래세, 영업세, 기업소득세, 개인소득세, 지방세, 재산세, 상속세 등으로 규정하고, 구체적인 세율과 우대정책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집권 이후 처음이자 36년 만인 내년 5월 열리는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경제적인 측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나선경제특구 설정 이후 24년 만에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는 종합개발계획을 확정·공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그동안 나선경제특구와 관련한 청사진은 내놓았지만 외국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라며 "관광지 개발, 국내기업 투자대상 명단 발표 등은 특히 놀랄만한 내용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선경제특구의 경우 북한이 울타리를 쳐 별도의 공간으로 관리하는 점에 비춰볼 때 개방을 염두에 두고 개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장기적으로 홍콩이나 싱가포르 수준의 개방 무역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임을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기업들이 외자유치를 통해 나선경제무역지대에 진출한다는 것은 획기적"이라면서 "북한 경제가 몇십년만에 처음으로 잘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포인트"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지난 1991년 동북아시아의 국제적인 무역·금융·관광 기지로 건설한다는 기치 아래 나선지구를 자유경제무역지대로 설정했으나 투자 유치에 실패해 이 사업은 장기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현재 북한에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설정된 중앙급, 지방정부 차원의 지방급 등 20여개의 경제특구가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임은진 기자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