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구내 기업에 자율 경영·이윤 송금 보장…외국자본 투자 유인책
조봉현 "성공 땐 신의주로 확산"…양무진 "남한기업 참여 여부 관건"

북한이 18일 공개한 '나선(나진·선봉) 경제무역지대(나선경제특구) 종합개발계획'은 나선경제특구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에 대해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의 핵심요소인 자율경영과 이윤보장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사회주의 경제' '주체경제'를 표방하는 북한에서는 그동안 상상하기 어려웠던 정책으로, 폐쇄경제의 한계를 절감한 북한이 비록 나선경제특구라는 한정된 공간이지만 이곳에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모델을 적용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구체적인 제도와 규정을 제시했다는데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나아가 북한이 나선경제특구 종합개발 계획을 공개하고 외국자본 유치와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개방 실험'에 본격적으로 나섰음을 대외적으로 알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나선경제특구 종합개발 계획'을 통해 "50여개의 나선경제무역지대 투자관련 법규들을 제정 공포함으로써 나선경제무역지대에서 외국투자의 법률적 기초와 제도적 환경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합법적인 이윤과 이자, 이익배당금, 임대료, 봉사료, 재산판매 수익금 같은 소득을 제한 없이 북한 영역 밖으로 송금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나선특구에서 얼마를 벌었든 그 돈을 국경 바깥으로 가져가는 것을 막지 않겠다는 얘기다.

북한에 투자했다 이익은 고사하고 자칫 원금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투자를 기피해온 외국인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세금 우대 등 각종 유인책을 제시함으로써 최대한 많은 외자를 유치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아울러 북한은 나선특구에서 활동하는 기업에 대한 자율경영 보장도 약속했다.

입주 기업들에 경영 및 관리 질서와 생산·판매·재정 계획을 세울 권리, 인원 채용, 생활비 기준과 지불 형식, 생산물의 가격, 이윤의 분배 방안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권리를 주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투자정책 분야에서 "기업의 경영 활동에 비법적인 간섭은 할 수 없으며 법규에 정해지지 않은 비용을 징수하거나 의무를 지울 수 없다"고 설명했다.

나선특구 입주기업에 대해선 계약이나 기업의 소유, 처분 등에서도 재량권을 보장하겠다는 내용도 종합개발계획에 담겨 있다.

종합개발계획에는 "기업 또는 다른 나라 개인업자는 지대 안팎의 기업과 계약을 맺고 상품, 봉사, 기술거래, 수출입대리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기업은 유효기간 안에 토지 이용권과 건물 소유권을 매매, 교환, 증여, 상속의 방법으로 양도하거나 임대 또는 저당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런 내용으로 미뤄 북한은 홍콩과 같은 국제자유무역 도시를 염두에 두고 나선경제특구 종합개발 계획을 확정했으며, 나선경제특구의 성과에 따라 유사한 수준의 개방 정책이 북한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나선경제특구의 경우 북한이 울타리를 쳐 별도의 공간으로 관리하는 점에 비춰볼 때 개방을 염두에 두고 개발하는 것같다"면서 "중장기적으로 홍콩이나 싱가포르 수준의 개방 무역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업의 자율경영은 파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면서 "나선이 성공한다면 자본주의 경영이 허용되는 나선과 같은 경제무역지대가 신의주, 원산 등 다른 도시로 점차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남한이나 중국 등의 도움이 없이는 나선경제특구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과거 북한이 여러 차례 외자 유치 계획을 발표했지만 핵실험 등 여파에 따른 남한의 불참으로 활성화되지 못했다"면서 "나진 개발의 성패는 남한 기업의 참여 여부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조봉현 연구위원은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지난달 방북을 계기로 북한이 그동안 소원했던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하려고 구체적인 플랜을 내놓은 것으로 본다"면서 "북한이 나선에 제2 개성공단의 조성이 논의되는 점을 고려해 남한의 투자 참여를 유도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만 이봉석 기자 ym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