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취재수첩] 학력 숨기는 일부 기초단체장

“우리 시장님 출신 대학이 언론에 보도되면 절대로 안 됩니다. 시장님께서 밝히기를 원하지 않으셔서….”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최근 만난 한 기초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이같이 신신당부했다. 본지는 전국 226개 기초단체장의 나이, 고향, 학력, 전직(前職), 재산, 군필 여부 등을 전수조사해 분석했다.

본지 11월10일자 A1, 4, 5면 참조

전국 기초단체장을 대상으로 이처럼 심층분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업 인허가권 및 감독·단속권 등의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 기업 활동과 주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초단체장 면면을 자세하게 소개하기 위한 것이 이번 보도의 취지였다.

본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각 지자체 홈페이지 등에 등록된 공식 프로필을 기준으로 분석했다. 그런데 프로필에 기초단체장의 출신 고향이나 고등학교, 대학교 등이 빠져 있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빈칸을 채워 넣기 위해 본지는 각 지자체에 일일이 문의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지자체 관계자들이 난색을 표시했다. 한 기초단체장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출신 대학이 결코 공개돼선 안 된다”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유가 뭘까.

공개에 난색을 보인 기초단체장의 상당수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대학 출신이었다. 학부를 공개하지 않은 채 석·박사 대학원만 공개한 기초단체장들도 많았다. 이 경우 대학원은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로 불리는 명문대 출신 학교가 많았다.

반면 김윤주 군포군수와 최용득 장수군수는 자신이 초등학교 졸업이라는 사실을 당당하게 밝혔다. 이들을 비롯해 최종 학력이 고졸 이하인 기초단체장도 12명에 이른다. 어려운 가정 환경을 딛고 일어나 성공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말단 9급 공무원 출신 기초단체장도 40명에 달했다. 고졸이거나 인지도가 낮은 대학을 졸업했어도 ‘또 하나의 정부’로 불리는 기초단체의 수장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사람들에게 심어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선거에 출마하는 기초단체장들이 출신 대학을 공개할 의무는 없다. 선관위에도 최종 학력만 신고하면 된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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